"지방 선거 끝나면 다시 시작입니다. 적어도 일 년 정도 고생을 해야죠."
대구시 고위 간부가 지방선거 이후를 걱정하며 내뱉은 말이다.
시의회가 새로 구성될 때마다 의원 중 70~80%가 초선인 탓에 시정 현안이나 행정 절차에 대해 새롭게 교육(?)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에 비교할 것은 아니지만 광역의원들이 가진 권한도 상당하다. 시정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조례 개정이나 발의는 물론이고 시정 현안에 대해 상당한 영향권과 함께 예산 심의권을 갖고 있다.
아무리 필요한 사업이라도 시의회가 반대하면 진행이 불가능하고 불필요한 사업이라도 시의회가 결정하면 이에 따라야 한다.
올해 대구시 예산이 5조원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시의원의 자질이나 경력이 시정에 미치는 영향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대다수 시의원들은 "솔직히 2년이 지나야 시정에 눈을 뜨게 되고 3, 4년 차가 되면 업무에 탄력이 붙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역대 대구 시의회는 초선 중심으로 구성돼 왔다.
2002년 이후 치러진 두 차례의 지방 선거 이후 다시 시의회에 들어온 의원 비율이 평균 30%안팎에 머물러 왔다. 이에 따라 재선만 되면 의장단 후보가 되고 의정 경험이 전무한 초선들도 상임위원장 자리에 앉게 된다.
또 이해도나 전문성이 떨어지는 초선 의원이 많다 보니 의회 초기에는 항상 시 행정부와 불필요한 갈등이 반복되고 시 간부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업무는 뒤로 하고 시의원을 찾아 다녀야 한다.
문제는 초선 중심의 시의회가 유권자들의 물갈이 필요성이나 기존 시의원들의 자질 부족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나라당 공천이 당선으로 이어지는 기형적인 지역 선거 구도에서 출발한다.
공천권을 가진 지역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기초단체장이나 광역의원 후보로 누구를 공천해도 유권자들은 '한나라당 후보'란 이유만으로 찍는 풍토가 이어져왔다.
이에 따라 일부 국회의원들의 공천 기준 또한 후보의 경쟁력보다는 자신과의 친밀도나 기여도 등에 따라 결정되곤 했다.
이번 선거도 이런 풍토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 총선에서 국회의원이 바뀐 지역은 잠재적 경쟁 상대인 전 국회의원이 공천을 준 지방의원이라는 이유로, 국회의원이 그대로인 곳은 지난 총선에서 기여도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각 지역마다 물갈이론이 거론되고 있다.
공천 심사에 현직 지방 의원들의 4년간 의정 활동 평가나 성실성 등은 별로 끼어들 틈이 없어 보인다. 공천의 객관성을 위해 당헌·당규가 있다지만 현실은 국회의원의 마음이 공천에서 우선시되고 있다.
이제 투표일이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지역 예비 후보들의 마음은 아직도 유권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을 향해 있다. 아직 한나라당 공천 절차가 남아 있고 예비 주자의 90% 이상이 한나라당 공천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유권자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국회의원의 결정에만 관심이 쏠려있는 '이상한 선거'.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 참 씁쓰레하고 무력감을 느낀다.
기형적인 선거 풍토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유일하다.
탄압받는 야당도시도, 정권 심판을 위한 총선도 아닌 만큼 유권자들이 '기호 1번'의 마술에 걸리지 않고 자질을 따져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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