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집 '휠훨' 액운 '훌훌' 새해 소방 '휘영청'

입력 2010-03-01 10:07:08

영주 선비촌에서 주민들이 성하·성북 줄다리기 행사를 하고 있다.
영주 선비촌에서 주민들이 성하·성북 줄다리기 행사를 하고 있다.
청도군민과 관람객들의 염원을 담은 청도 달집이 활활 타오르면서 불꽃과 연기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청도군민과 관람객들의 염원을 담은 청도 달집이 활활 타오르면서 불꽃과 연기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안동에서는 정월대보름을 맞아 마을 곳곳에서 동제가 열렸다. 600여년 동안 계속돼온 안동 도산면 가송리 동제 모습.
안동에서는 정월대보름을 맞아 마을 곳곳에서 동제가 열렸다. 600여년 동안 계속돼온 안동 도산면 가송리 동제 모습.
김수남 예천군수가 예천군 감천면 천향리 석송령 소나무 앞에서 동신제를 지내고 있다.
김수남 예천군수가 예천군 감천면 천향리 석송령 소나무 앞에서 동신제를 지내고 있다.

민족 명절의 하나인 정월대보름(28일)을 맞아 경북지역에서는 다양한 정월대보름 행사가 잇따라 열렸다. 단종 복위를 도모하다 비운을 당한 세종대왕의 아들 금성대군의 혼백을 위로하는 서낭제를 비롯해 동제, 달집태우기 등의 행사들이 주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개최됐다.

○…정월대보름인 28일 금성대군의 혼백을 위로하는 서낭제가 영주시 단산면 단곡3리 속칭 '두레골'에서 열렸다. 서낭제는 마을 수호신을 받드는 것이지만 두레골 서낭제는 금성대군의 혼을 위로하고 그 뜻을 기리는 제사로 서낭당 신(금성대군)을 받들며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고 있다. 세종대왕의 아들이자 세조(수양대군) 동생인 금성대군은 영주시 순흥면에 귀양온 뒤 순흥부사 이보흠과 단종 복위를 꾀하다 발각돼 죽임을 당했으며 이 마을 이름도 흥주에서 순흥으로 바뀌었다.

부정이 없는 사람을 제관으로 선정하는 전통에 따라 올해는 주민 유흥준(74)씨가 제관이 됐다. 그는 정초부터 집 주변에 금줄을 치고 매일 찬물에 목욕을 하면서 정월대보름을 기다렸다. 제사를 지내는 모임인 '초군청'을 설치한 주민들은 황소를 잡아 대보름 하루 전인 27일 산신각에 고사를 지낸 뒤 이날 자시(子時·오후 11시~오전 1시)에 서낭제를 올렸다.

이어 날이 새면서 주민들은 대대적인 음복래 행사로 순흥 선비촌 마당에서 지름 2.5m, 길이 80여m, 무게 5t인 줄을 사용, 성하·성북 줄다리기 행사를 가졌다. 농악대의 응원 속에 수백명의 주민들이 벌이는 줄다리기는 단종복위 사건으로 폐부됐던 순흥도호부(흥주 고을)가 세조 사후 200여년이 지나 다시 복설된 것을 축하하기 위해 시작됐다. 김낙임 순흥 초군청 좌상은 "순흥지역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이 있는 유서 깊은 곳"이라며 "초군청 축제는 농민들의 인권과 권익을 지키고자 했던 선조의 발자취를 더듬어 볼 수 있는 뜻 깊은 행사"라고 했다.

영주·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28일 정월대보름을 맞아 청도군 청도천 둔치에서 군민과 관광객 등 2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청도 달집이 활활 타올랐다.

달맞이 식전행사 후 이날 오후 6시쯤 달이 떠오르는 시간에 맞춰 점화된 전국 최대 규모의 청도 달집은 밤하늘 불꽃쇼와 함께 풍년 농사, 가족 건강 등 소망을 안고 타오르면서 거대한 불꽃과 연기로 장관을 이뤘다. 이날 행사에는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김관용 경북도지사, 이중근 청도군수 등이 참석해 "청도의 발전과 지역안정을 기원하고, 각 가정의 모든 액운을 털어버리는 계기로 삼자"고 다짐했다.

청도·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마을 모든 주민들이 건강하고 안녕하도록 보살펴 주시옵고, 선거의 해를 맞아 주민들의 화합과 지역발전을 기원하나이다."

정월대보름을 앞둔 2월 27일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에서는 600여년을 이어져 온 동제가 열렸다. 청량산 자락에 자리한 이 마을은 수백여년간 '공민왕 딸 신'을 모시는 부인당 동제를 계속 모셔오고 있다.

동제의 당주를 맡은 금용국(70)씨는 "가송리 동제는 다른 지역과 달리 풍물을 앞세우고 전체 주민들이 참여한다"며 "길굿과 유교식 제례, 신풀이, 마을회의 순으로 동제를 지낸다"고 말했다. 정월 대보름을 전후해 안동지역에서는 대부분 사라져 버린 동제들이 곳곳에서 모셔졌다. 마을마다 제관을 뽑고 마을 어귀에 버티고 선 당목에서 마을의 안녕을 축원하는 전통제의를 마련한 것이다.

가송리 딸 당을 비롯해 도산면 원천리 왕모산성 내살미 왕모당, 예안면 신남리 정자골 며느리당, 신남리 구티미 딸당, 용상동 공민왕당, 풍산읍 수리 국신당 등에서 공민왕과 그 가족을 모시는 동제가 열렸다. 이 밖에 안동지역 40여곳에서 마을 주민들의 안녕과 화합을 기원하는 동제가 모셔졌다.

또 정월 대보름인 28일 새벽에는 하회마을 동제가 열렸다.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원들을 중심으로 하회탈놀이의 근본이 된 무진생 김씨를 모신 화산 서낭당과 국신당, 마을 가운데 자리한 삼신당(수령 600년의 느티나무)에서 동제가 모셔졌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12년 동안의 군수직을 마감하는 김수남 예천군수와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지역화합을 위해 3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휘동 안동시장 등 6·2지방선거에 나서지 않는 단체장들이 정월 대보름을 맞아 지역화합과 주민들의 건강을 염원하는 제(祭)를 올렸다.

김휘동 안동시장은 조선 초기부터 정월 대보름 첫 시에 고을의 책임자가 제를 지내온 풍습에 따라 옛 군수 관사터(현 웅부공원)에 위치한 신목에서 마을의 안녕과 화합을 축원하는 고유제를 모셨다. 28일 자정 안동시 동부동 웅부공원 내 안동부 신목 앞에서 하얀 모시 두루마기와 갓으로 예를 갖춘 김 시장은 신목을 향해 두 번 절을 올렸다. 함께 참석한 50여명도 따라 고개를 숙였다.

김수남 예천군수도 이날 같은 시각 예천군 감천면 천향리에 자리한 천연기념물 294호 석송령(石松靈)에서 동신제를 지냈다. 이날 동신제에는 석송령보존회(회장 김성호)와 이인호 감천면장, 조승원 협의회장, 주민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김 군수는 이날 축문을 낭독하고 풍년과 행운을 기원하는 20여장의 소지를 태워 올리며 12년 동안 별 탈 없이 군수직을 수행할 수 있었던 데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안동·예천 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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