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데이] 동서~ 이제 아프지마

입력 2010-02-27 08:00:00

♥형님의 동서 사랑

지난해 추석 명절, 나 혼자 음식 준비를 하면서 눈물을 훔쳤다. 늘 함께한 동갑내기 동서의 부재로 가슴이 아파서 흘린 눈물이었다. 30대부터 시작한 직장 생활을 40대 중반까지도 열심히 하던 동서는 작년 7월경 평소 말썽이던 충치를 치료할 목적으로 병원엘 갔는데 평소 약으로만 관리하던 당뇨가 심해져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한달 넘게 이승과 저승의 길을 오가며 식구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열심히 착하게 살아온 동서의 삶을 보상이라도 하듯 하늘은 우리 동서에게 제2의 생명을 주었고 45일 동안의 병원생활을 마치고 퇴원을 했다. 합병증의 후유증은 쉽사리 건강한 일상생활의 소중함을 안겨주지 않았고 간병하는 서방님과 조카와 온 식구들을 안타깝게 했다.

하지만 2010년 설날에는 어쩜 이 세상 사람이 아닐 수도 있었던 우리 동서가 내 옆에서 조근조근 이야기를 하면서 전을 부치고 설거지를 하면서 호호호 웃으며 형님! 형님!이라고 자꾸만 불러준다.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사람인가. 앙상하게 마른 몸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무늬만 맏며느리인 나를, 부족함이 많은 나를 항상 보조해주고 도와주는 우리 동서. 살아줘서 고맙고 나에게 형님이라고 자꾸 불러줘서 더욱 고마운 우리 동서.

이번 설은 중학교에 입학하는 조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조카와 우리 딸에게 챙겨줄 세뱃돈과 입학 축하금이 많이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었지만 이번 설에는 평소 조막손이던 나의 손을 크게 한번 펼쳐 보였다.

콩나물값 아끼고 비싼 자반고등어구이 대신 날렵하게 생긴 꽁치소금구이로 대신하여 반찬값을 아끼고 카드사 포인트를 이용해서 생활필수품을 구입했고 이렇게 아껴서 만들어놓은 나의 비자금을 이번 설에 풀어헤쳤다.

비록 큰 액수는 절대로 아니지만 대기업의 회장님들이 만든 냄새 나는 비자금과는 확연히 다른 나의 비자금을 나에게 형님! 형님!이라고 자꾸 불러주는 우리 동서의 깡마른 두 손에 꼭 쥐여주었다.

동서야, 이제 아프지 말고 건강 관리 잘해서 언제까지나 나에게 늘 그렇게 불렀던 것처럼 정답게 "형님"이라고 불러줘. 그리고 살아서 옆에서 동서의 자리를 지켜주어서 정말 감사해. 사랑해.

김창희(대구 수성구 범어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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