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물어봤다. "명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상당수 여성들은 루이뷔통, 샤넬, 에르메스, 구찌 등 해외 고급 브랜드의 명칭을 열거했다. 30대 직장여성 강모(32)씨는 '핸드백'이라고 답했다. 여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고급 브랜드 제품 중 하나가 핸드백이다. 지금도 몇 개의 명품백을 가지고 있는 강씨는 "올해 돈을 모아 샤넬 백 하나 구매하는 것이 목표"라며 "친구들 중에는 가격이 부담스럽다 보니 명품계를 통해 서로 돌아가며 핸드백을 마련하는 경우도 흔히 본다"고 했다.
반면에 많은 직장인 남성들은 '된장녀'라는 이미지를 떠올렸고, '고급스러움'이라고 답한 사람도 몇 있었다. 이지형(35)씨는 "남자들도 명품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닌데 일반적으로 여성들이 수입브랜드 제품을 더 많이 소비한다는 편견과, 몇해 전 이슈가 됐던 '된장녀' 파문 때문인 것 같다"고 답했다.
◆명품의 정의?!
불황에도 위축될 줄 모르는 명품시장.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명품의 '정체'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이들은 과연 진정한 '명품'(名品)인가, 아니면 가격을 미끼로 소비 심리를 부추기는 마케팅일 뿐인가? 명품을 말해보자.
언젠가부터 '명품=고가의 수입브랜드'라는 공식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백화점 명품관에서 열거되는 브랜드들은 죄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의 수입 고가 브랜드뿐이다. 장구한 브랜드 역사,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한 품질, 희소성 등이 명품이 가진 본래의 의미이지만 자동화·대량 생산 시대에 이를 만족시키는 브랜드는 손가락에 꼽을 만큼 찾기 힘들다.
희소성은커녕 길거리에는 명품백들이 발에 차일 정도로 널려있고, 특별한 이를 위한 특별한 명품은 사라지고 만인의 일상용품이 돼 버렸다. 대표적인 명품으로 사랑받는 루이뷔통 가방의 경우 너무 흔하게 보이다 보니 '3초 백'(3초 만에 한번씩 볼수 있다는 의미에서)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국민가방이 되면서 명품 본래의 의미가 희석돼 버렸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럭셔리 코리아'라는 이름의 책에서 "외국의 고가 패션 브랜드를 '명품'이라고 부르는 용례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사례"라고 꼬집었다. 외국에서는 우리가 '명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듯이 이런 의미를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단어는 없다는 것. 영어로는 럭셔리(luxury·사치품)·하이엔드(high-end·고성능품)·프리미엄 제품(premium product·고가품) 정도가 비슷하지만 이들은 대량 생산하는 제품에는 붙이지 않는 단어라고 한다. 중국에서도 '명패'(名牌) 혹은 '고당명패'(高當名牌)라는 용어를 쓰는데 '잘 알려진 브랜드'라는 의미이고, 일본에서는 '명품'(名品)을 '장인·명인이 만들었다'는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
김 교수는 "명품의 의미가 이렇게 변화한 것은 명품 상품 마케팅이 본격화 한 것과 관계가 깊다"며 "사치품·고가품이 주는 거부감을 줄이고 소비자들의 선망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명품이라는 용어가 더 적절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난 특별해, 나라고 못할 이유 있어?
한 지역 백화점 명품관에서 있었던 일이다. 30대의 한 여성이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허겁지겁 매장에 들어서서는 한 제품을 지목하며 대뜸 가격을 물어봤다. 그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어제 ○○가 들었던 핸드백, 둥근 모양에 로고가 큼직하게 새겨진거 맞지?"라고 디자인을 확인한 후에 매장 직원에게 "이 제품보다 비싸고, 더 최근에 나온 '신상'(신상품)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친구 모임에서 예전에 직장 동료가 세련된 옷차림에 명품가방을 들고 왔는데 나는 육아문제로 직장을 그만둔 상태라 유행에도 뒤처지고 초라해지는 기분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결국 그는 친구가 구매했던 제품보다 2배가 넘는 고가의 신상품을 구매했다. 백화점 직원은 "요즘 젊은 고객들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고, 상대적으로 주위 사람들보다 자신이 낮게 평가 되는 것을 싫어한다"며 "이런 심리가 고가의 명품 구매욕구로 이어진다"고 했다.
최근에는 명품이 대중화되면서 오히려 자신만의 독특한 패션 센스를 뽐내기 위해 '매스티지'(mass+prestige)나 수입컨템포러리 제품을 이용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이들은 명품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 패션성이 강해 보다 적극적으로 자기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 마크by마크제이콥스, 이자벨마랑, 쟈딕&볼테르, 바네사부로노, DKNY, 띠어리 등이 대표적인 수입컨템포러리 브랜드로 손꼽힌다.
최모(26·여)씨는 "명품이 너무 흔해지면서 요즘에는 좀 더 특별하게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수입컨템포러리 제품들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며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해외 패션 잡지들을 많이 참고하는 편"이라고 했다.
이처럼 수입고가브랜드에 관심을 가지는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불황에도 매년 꾸준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대구프라자점은 2007년 5.4%에서 2008년 7.9%, 2009년 8.5% 등 신장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롯데백화점 역시 2007년 5.1%, 2008년 7.0%, 2009년 9.7% 등 증가세가 높아지고 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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