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하게… 즐겁게… 사무공간의 혁명
지난해 말 대구 게임업체 KOG에 입사한 박필홍(27)씨. 그는 작업을 하다 집중이 안 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사무실 바로 옆에 마련된 카페테리아를 찾는다. 의자에 앉아 원두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통유리를 통해 대구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으면 마음이 이내 상쾌해진다. 박씨는 "사무실이 전체적으로 젊으면서 편안한 느낌을 준다"며 "근무 환경이 특별하다는 자부심을 갖고 일한다"고 흡족해했다.
사무실 환경이 획기적으로 변하고 있다. 기존의 답답하고 획일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직원들이 편안하게 자신의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집기 배치와 디자인, 부대시설 등을 쾌적하게 바꾸고 있는 것.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기업에서나 보았던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무 환경으로 변모하는 업체가 국내에서도 점차 늘고 있다. ▶관계 기사 5면
대구 교보문고 빌딩(중구 동성로 2가) 14층에 있는 KOG는 지역에 몇 안 되는 '잘나가는' 게임업체다. 이 회사의 자랑거리는 게임업계에서의 경쟁력 말고도 또 있다. 바로 어느 업체 부럽지 않은 사무실 환경이다.
14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카페테리아. 초록색 기둥이 둥그렇게 연결된 자그마한 바와 디자인 테이블, 의자는 이곳이 회사 내부라는 느낌을 전혀 주지 않는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캐주얼 복장의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인 모습은 마치 대학교 앞 카페를 찾은 것 같은 착각을 준다. 변준호 팀장은 "아침에는 전체 직원 140명 가운데 절반 정도가 카페테리아에서 죽이나 샌드위치로 간단하게 식사를 한다"고 설명했다.
회의실도 눈길을 끈다.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통유리로 되어 있는데다 가운데 벽이 이동식이라 필요에 따라 작은 회의실 2개가 됐다가 큰 회의실 1개가 됐다가 자유자재다. 사장실은 별도로 없고 일반 직원들과 함께 작업 공간을 쓴다. 사장의 작업 테이블 뒤에는 페이트글라스란 벽이 설치돼 있다. 화이트보드 역할을 할 수 있는 벽으로 언제든지 직원들과 의사소통하며 필요한 내용을 쓰고 지운다. 직원들의 책상도 일반 제품보다 훨씬 널찍하다. 한 세트 가격이 250만원 정도. 또 다른 복도에는 서가가 설치돼 직원들이 오가며 언제든지 책을 읽거나 자료를 찾도록 배려했다.
대구 남구 대명6동에 있는 대상건축사사무소는 기하학적인 외관 못지않게 사무실 공간 또한 독특하다. 특히 이곳 회의실은 복층 구조인데다 타원 원통형 구조로 혁신적인 디자인을 갖고 있다. 고경환 이사는 "외관이나 내부가 특이하면서도 재미있게 설계돼 있다 보니 직원들이 틀에 박히지 않고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데 적잖은 도움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건물 자체가 녹슨 철로 꾸며져 하나의 예술품을 연상시키는 건축사사무소 '힘'(대구 중구 대봉1동)은 개인 테이블로 일반 사각형이 아닌 기다란 탁자를 사용한다. 백성기 소장은 "긴 탁자는 시원한 느낌을 주면서 작업과 미팅 등 여러 가지 일을 하나의 테이블에서 해결하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대상건축사사무소 박종석 건축사는 "전반적으로 사람들이 선망하거나 고성장을 이루는 기업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직원 복지를 위해 사무실 디자인이나 환경을 무척 고려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