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세계신기록으로 올림픽 금메달
'연아'가 울었다. 대한민국이 함께 울었다.
김연아(20)의 은반 위 '금빛 연기'에 대한민국이 들썩였다. 26일 벤쿠버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가 펼쳐지는 순간 시민들 역시 TV와 컴퓨터 앞에 모여앉아 연아를 응원했다.
실수 하나 없는 퍼펙트 연기를 마치고 감격에 겨워 눈물 흘리는 모습에 시민 모두가 따라 울었다.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확정짓는 순간 역, 터미널, 식당, 학교 할 것 없이 TV가 있는 어디에서나 함성이 터졌다. 경기 직후 인터넷 포털사이트는 온통 연아 소식으로 물들었고, 수백만 네티즌이 동시접속해 감격의 댓글을 올렸다.
◆'연아가 해냈다'
'김연아 타임'은 시민들의 발걸음을 묶어놨다. TV를 시청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삼삼오오 짝짝을 지어 단체 응원을 펼쳤다.
동대구역 TV 앞에는 경기 시간에 장사진을 이뤘다. 출장차 대구에 왔다는 서강상(35)씨는 "1시 8분 열차가 있었지만 김연아 경기 때문에 2시 12분 열차를 타고 올라가는 길"이라며 "금메달을 따는 광경을 보게 돼 열차를 미룬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식당가에는 때 아닌 늦점심 손님이 몰렸다. 중구 반월당네거리에 직장이 있는 한세영(28·여)씨는 "직장에서 TV 보는데 눈치가 보여 일부러 점심 시간을 늦췄다"며 "감동해 눈물까지 흘렸다"고 말했다.
중·고생들은 방학에도 옹기종기 학교에 모여 선생님과 함께 교실 TV를 시청하며 '연아 언니(누나)'를 응원했다. 성화여고 1년생들은 "복도에서 왁자지껄하게 휴대전화 DMB를 이용해 보는 친구들도 많아 학교 전체에서 환호성이 터졌다"고 말했다.
지하철 내에서도 함성이 터졌다. 휴대폰, 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등을 통해 경기를 보던 시민들은 김연아 경기가 끝나자 환호성을 쏟아냈다.
김연아와 동갑내기인 1990년생들의 감격은 더했다. 친구 자취방에 모여 TV를 본 김현수(20)씨는 "저녁에 축하술을 마시기로 했다. 다들 힘들고 어렵다는데 김연아 때문에 오늘 신명나는 하루가 됐다"며 "김연아 바로 다음에 경기를 하느라 힘들었을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에게도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김성한(20)씨는 "온 국민의 기대 때문에 부담이 너무 컸을텐데 대단하다.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대인배'라는 별명이 딱 어울리는 진짜 여장부다"며 "우리 또래의 힘을 보여준 것 같아 자랑스럽다"고 했다.
추교원 대구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은 "IMF 당시에는 박찬호와 박세리가 국민들에게 큰 힘을 줬는데, 올해는 김연아가 국민영웅으로 국민들에게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것 같다"고 했다.
◆'연아가 자랑스럽다'
인터넷도 온통 '연아 얘기'였다. 포털사이트 '다음'과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 TV'에 접속한 수백만명의 네티즌이 연아를 응원했다. 연아의 금빛 소식에 댓글이 폭발해 접속 장애까지 나타났다.
태어나 처음 댓글을 달아 본다는 katia는 "심장이 터질 뻔 했다"며 '김연아 파이팅'을 외쳤다. 기아v10은 "딸 하나 더 낳아야 겠다"고 했다.
김연아 선수가 연기를 마친 뒤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네티즌도 함께 울었다. 아이디 푸룬시크릿은 "남자나이 마흔이 됐는데 연아 때문에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홍순찬씨는 "김연아 선수가 너무 자랑스럽지만 최선을 다해준 곽민정 선수에게도 정말 고맙다. 두 선수 모두 훌륭한 대한민국의 딸"이라는 글을 남겼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사회1부 영상취재 장성혁기자 jsh052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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