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피겨퀀은 우리"…김연아 키즈들 구슬땀

입력 2010-02-26 10:48:06

지역 피겨 꿈나무 50여명, 빙상 인프라 열악 개선 절실

김연아 선수의 선전으로 동계올림픽 열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후 대구실내빙상장에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이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김연아 선수의 선전으로 동계올림픽 열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후 대구실내빙상장에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이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김연아 언니처럼 세계 최고가 되고 싶어요."

25일 오후 5시 대구 북구 대구실내빙상장. 피겨를 시작한 지 6개월이 된 모지원(5)양이 제법 날렵하게 빙판을 갈랐다. 모 양은 "연아 언니처럼 올림픽에도 나가고 TV에도 많이 나오는 스타가 되고 싶다"며 당차게 얘기했다.

딸의 모습을 지켜보던 어머니 김은영(32)씨는 "말을 안 듣는다고 스케이트장에 못 가게 하면 울며 매달린다. 소질이 보이면 계속 시킬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이날 이곳에선 '제2의 김연아'가 되고 싶은 피겨 꿈나무 20여명이 연습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하얀 입김이 나올 만큼 실내는 추웠지만 다들 아랑곳않고 회전, 점프 동작을 잇따라 선보였다. 이른바 '김연아 키즈'들은 열악한 빙상시설 속에서도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훈련에 집중했다.

이날 빙상장에 나온 열두살 동갑내기 김태현(중앙초교 6년)군과 안지영(삼육초교 6년)양의 실력은 또래 중 대구에서 최고 수준이다. 둘은 지난해 12월 전국남녀피겨스케이팅 꿈나무대회 남초부와 여초부에서 각각 은메달을 딴 실력파들.

"처음에는 남자가 피겨를 배운다고 하니 이상하게 보는 친구도 있었지만 이젠 다들 응원해준다"는 김군은 "큰 대회에서도 떨지 않는 연아 누나의 강심장은 너무 부럽다"고 말했다.

우아하고 유연한 동작으로 시선을 사로잡은 안양은 "연아 언니는 점프할 때 공중 자세가 너무 멋지고 흠잡을 곳이 없다"면서 "열심히 연습해 연아 언니처럼 날아오르고 싶다"고 했다.

대구시빙상연맹에 따르면 지역의 피겨 선수는 50여명이고 이 가운데 대부분은 초등학생이다. 남자 선수는 20% 정도. 연맹은 김연아가 세계 최고 스타로 떠오른 덕분에 피겨 선수 지망생이 조금씩 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열악한 빙상 인프라는 피겨 열기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대구 스케이팅의 메카'인 대구실내빙상장은 빙질과 관리시설이 열악하다. 피겨,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함께 쓰다 보니 선수들이 연습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수성아이스링크는 너무 좁아 공식 대회를 치르기도 어렵다.

피겨 코치 장선미(40·여)씨는 빙상장 여건이 꿈나무들의 열의를 받쳐 주지 못한다고 아쉬워했다. 장 코치는 "대구에는 수도권 못지않게 소질 있는 선수들이 많고 성적도 꾸준히 내고 있지만 시설은 너무 열악하다"며 "빙상장 여건이 꿈나무들의 열의를 받쳐 주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 했다.

이날 김범일 대구시장은 빙상장을 찾아 "시설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이른 시일 내에 찾겠다"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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