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꽃피우려면…

입력 2010-02-25 09:17:21

진정한 민주주의를 꽃피우려면…

대구상공회의소 회장 이 인 중

흔히들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시민이 주인이 되어 자신들의 대표를 스스로 선출하는 과정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존재 이유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꽃이라는 말에서 연상되듯 선거가 멋있는 한 편의 축제가 되었으면 좋겠지만 과거 우리나라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선거 기간 동안 상대방 후보에 대한 비난이 끊이지 않았던 일이 다반사였고, 각 후보 간 갈등은 물론 지지자 간에도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또 선거가 끝난 후에는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이들로 인해 잡음이 일었고, 심지어 재판으로까지 이어져 당선무효가 되는 사태도 종종 있었다.

올해도 6월 2일이면 전국적으로 동시 지방선거가 실시된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자랑스럽지 못한 과거를 깨끗이 털어내고, 훌륭한 선거 문화를 후대에 유산으로 남겨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특히 이번 선거는 지방자치단체장을 뽑는 것을 비롯해 8개의 선거가 동시에 실시되는 중요한 선거인 만큼,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선거의 두 축인 출마자와 유권자가 공명선거를 향한 강한 의지를 가지고 함께 조화를 이루며 나아갈 수 있어야만 한다.

필자가 꿈꾸는 공명선거를 실현하기 위해 출마자들에게 간곡히 당부하고 싶은 것은 '매니페스토'의 정착에 힘써 달라는 것이다. 아직도 많은 시민들에게 낯선 개념인 매니페스토는 한마디로 공식화된 정책 공약이라고 할 수 있다. 선거 기간 동안 자신이 제시한 정책 공약을 당선 후 반드시 지키겠다고 문서화하여 공표하는 정책서약이라면 이해가 더 쉬울 것이다. 진정한 매니페스토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각 후보자들이 정책의 기한, 목표, 과정은 물론 재원 마련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계획과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매니페스토를 통한 정책 선거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출마자들 못지않게 유권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유권자들이 각 후보의 정책을 꼼꼼히 살펴볼수록 후보자들은 더욱 세심하게 자신의 공약을 되짚어 볼 것이고, 인신공격이 아닌 정책 선거에 치중하는 바람직한 선거 문화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매니페스토가 자리 잡는 순간, 선거 공약(公約)을 공약(空約)으로 생각하고 실현 불가능한 희망 사항을 남발하는 일도 더 이상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선거의 나머지 한 축인 유권자가 할 일은 명확하다. 과거 선거 때 좋지 않았던 기억의 원인을 유권자 스스로가 초래하였다는 점을 상기하면 된다. 선거철만 되면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로 대표되는 지역주의, 학연주의, 혈연주의가 고개를 드는 것도, 아직도 간간이 들려오는 선심성 관광이나 식사 접대도 결국엔 유권자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명확하고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지역과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일꾼을 뽑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자신이 행사할 한 표의 가치와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면 더 이상 흔들릴 이유가 없을 것이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언젠가부터 선거일에 투표를 하지 않는 이들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선거일을 투표보다는 하루 쉰다는 휴일의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유권자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를 물어보면 "내가 하건 안 하건 결과가 똑같으니까", "나 하나 빠진다고 뭐가 달라지나" 혹은 "아무도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다"거나 "누가 누군지 잘 몰라서 "등 여러 가지다. 이러한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중요한 한 가지는 자기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후에야 그 결과에 대해 비판하고 견제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는 점이다. 투표를 할 수 있는 권리는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동반된다는 사실을 유권자는 잊지 말았으면 한다.

다가오는 6월 2일이 우리나라 선거 역사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선거가 진정한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사실을 온 국민이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한 사람 한 사람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주인공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모두 함께 투표장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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