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결사를 알면 한 뼘 더 큰 세상이 보인다
사람이 정한 절기지만 신기합니다. 우수가 지나자 바로 봄 기운이 느껴집니다. 며칠만 더 있으면 개구리가 동면에서 깨어나는 경칩입니다. 우수, 경칩이 지나면 얼어 죽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 있는데, 날 따뜻해지는 만큼 사람들의 움직임도 바빠진다는 말일 것입니다. 언 땅이 녹는 것은 농경사회는 말 할 것도 없고 선거사회인 오늘날에 있어서도 '출발'을 알리는 신호입니다. 농부들이 논밭을 갈고 물을 대어 씨 뿌릴 준비를 하듯, 선거에 참여하려는 사람들도 명함을 파고 조직을 정비합니다. 농부들은 이랑을 더 깊고 올곧게 파려고 애씁니다. 그래야 가을에 대풍을 거둘 수 있습니다. 선거 입후보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해묵은 수첩을 뒤져 평소 연락하지 않던 지인들을 찾아 안부 전화를 하고, 동창회나 각종 모임에 솔선수범하여 찾아 다닙니다. 그래야 한 표라도 더 챙길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농사나 선거,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같은 봄 준비입니다.
그러나 양자 사이에는 전혀 다른 영역이 있습니다. 바로 조직입니다. 농사는 사람과 사람이 뭉쳐 자연에 대항하는 싸움이기 때문에 공개적이고 투명한 싸움이 진행됩니다. 반면 선거는 사람끼리의 경쟁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경쟁하기 때문에 자기사람끼리 뭉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선거철만 되면 삼삼오오 모여 수군거리는 각종 군체(群體)들이 등장하기 마련입니다. 형태도 다양하고 방법도 다양합니다. 이러한 무리 짓기, 특히 비밀스럽게 무리 지어 온 인간의 역사는 참으로 오래 되었습니다. 우리가 전설로만 들어오던 프리메이슨, 유대게이트, 시온수도회 등 세계사를 좌우해온 비밀조직도 바로 그들입니다. 김희보가 지은 『비밀결사의 세계사』(가람기획, 2009)를 보면 각종 결사들을 구체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히틀러의 행동규범과 상징을 제공했던 '신(新)성전기사단'을 한 예로 들 수 있습니다. 1907년 리벤페르스에 의해 설립되었다고 알려진 신성전기사단은 '고등인간'의 육성을 목적으로 한 비밀결사로 훗날 나치의 국기가 된 하켄크로이츠를 게양하기도 하였습니다. 결사의 구성원은 금발에 푸른 눈이어야 했고, 집회에 참여하려면 필수적으로 엄격한 족보 조사를 거쳐야 했습니다. '열등 인종의 씨를 말리는 것, 새 인종의 육성, 여성의 멸시'를 표어로 내세웠습니다. 근거는 리벤페르스가 신지학협회 창설자 브라바츠키 부인의 '오컬트 진화론'인데, 이를 비뚤게 해석하여 유대인을 비롯한 여러 인종들은 인간과 원숭이의 혼혈종이기 때문에 열등하다는 논리를 세운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열등 인종을 제거하기 위해 강제 노동, 가축화, 신체부분의 상품화, 추방, 거세, 말살 등의 방법론을 제시하였습니다. 이는 훗날 나치가 저지른 만행과 거의 흡사한 내용입니다.
비밀결사는 일반적으로 목적뿐만이 아니라 조직 관리도 특별합니다. 인류 정통역사의 주체라고 주장하는 세계 최대의 비밀결사 프리메이슨의 경우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친교단체 내지 자선단체로 보이며, 내세우는 슬로건도 '자유, 평등, 박애'이지만 그 실제적인 속내는 가입한 회원 가운데서도 엘리트 회원들만 알 수 있습니다. 회원가입 절차를 보면, 먼저 가입의례라는 특수한 의식을 거칩니다. 둘째, 회원 모집은 비밀스럽게 행해지며 대체로 개인적인 접촉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셋째, 입회 자격의 판단 기준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고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사람만 입회가 허락됩니다. 넷째, 결사의 구성원을 확인하기 위해 비밀암호나 표시, 은어, 몸짓, 소도구 등을 사용합니다. 이 중에서 가입의례는 아주 혹독하게 치러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신입회원들의 경우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가치관과 세계관에 충격을 받아 일종의 정신공황 상태에 빠질 정도라고 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비밀결사들이 내포하고 있는 위험성입니다. 1968년 프리메이슨 결사원이었던 아울레리오 페체이가 결성한 로마클럽은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로마클럽 보고서를 제출한 세계지성 모임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1980년 작성한 보고서 '지구2000'를 보면 인구 폭발을 피하기 위해 2010년까지 25억명을 말살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일의 효율성을 위해서는 사람을 모으고 조직화시키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투명하지 않으면 엉뚱한 방향으로 가거나 썩기 쉽다는 것을 꼭 염두에 두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경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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