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의총 예상대로… 친이·친박 계파입장 재확인

한나라당이 세종시 당론을 두고 첫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계파 간 주장만 확인하는 자리가 돼 버렸다.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당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원안-수정안을 둘러싼 선택의 문제에 있어서는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발언대에 선 의원들은 한결 같이 "이런 토론을 통해 우리 모두의 승리가 있길 기대한다"(한선교 의원), "계파 싸움이나 정치 갈등만 크게 부각될 것이 우려된다"(김영우 의원), "객관적 사실에 대한 오해나 왜곡은 없어야 한다"(차명진 의원), "설 민심을 들어보니 세종시 문제는 관심 없고 한나라당 갈등의 종착점에만 관심 있더라"(김정권 의원)며 논란을 경계했다.

하지만 회의 시작 전부터 공개 여부를 놓고 날선 대립을 보이는 등 계파 갈등은 여과 없이 표출됐다. 비공개로 추진하려는 당 지도부의 방침에 조원진 의원(대구 달서병)이 자리에서 일어나 "누가 비공개로 하자고 결정했느냐. 이런 복잡한 문제일수록 언론에 공개해 객관성을 띠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한선교 의원은 "절제 안 된 언어가 나올까봐 걱정되어 비공개로 하자는 것 같은데 맞지 않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거수로 비공개 쪽으로 결정했다.

토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대치 분위기는 심화됐다. 친박계인 유정복 의원은 "원안대로 가면 세종시가 거덜 난다, 나라가 망한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했다. 유재중 의원도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취지는 수도권 과밀해소와 국토균형개발"이라며 "약속이 번복되면 국가의 신뢰지수까지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반면 친이계 김영우 의원은 "최초로 세종시 약속을 한 주인공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잘못된 약속은 좋은 약속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차명진 의원도 "세종시 원안이 수도권 과밀해소와 국토균형발전의 대안이라고 하는데 행정부처를 이전하는 것은 과밀해소나 균형발전의 방법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