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내 맘 같이 봐줄 곳…어디 없을까?

입력 2010-02-20 07:00:29

새봄, 맞벌이 부부 어린이집 고르기

출근에 앞서 딸을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있는 이명선씨. 이씨는
출근에 앞서 딸을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있는 이명선씨. 이씨는 "지금은 딸아이가 어린이집에 잘 적응해 믿고 맡기지만 1년 전에는 어린이집을 선택하고 맡기는 문제로 남모를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부인과 맞벌이를 하는 이성수(42·대구시 남구 이천동)씨는 최근 네 살 된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주름살이 부쩍 늘었다. 어린이집에 데려다 줄 때마다 안 떨어지려는 아이와 실랑이를 벌여야 하고, 등원시킨 뒤에도 아이가 잘 적응하는지, 어린이집에서 잘 돌봐주는지 불안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씨는 "오후 3시 이후에는 어린이집이 끝마쳐 보모에게 맡기고 있는데 가끔 부부 모두 일이 생겨 늦을 경우에는 보모에게 양해를 구하기도 쉽잖아 골치 아프다"고 푸념했다.

맞벌이 부부의 최대 고민거리는 '보육 문제'다. 특히 품에만 있던 아이를 처음으로 남에게 맡기는 어린이집은 선택부터 골머리를 앓는다. 도대체 어떤 어린이집에 맡겨야 안심할 수 있을지, 출퇴근 시간대에 맞춰 맡길 수 있는 곳은 있는지, 아이가 잘 적응할 수 있는지 등의 문제들로 머릿속이 복잡하다.

◆엄마들은 불안하다

지금은 어린이집에 딸아이를 믿고 맡긴다는 경찰공무원 이명선(34)씨는 1년 전 어린이집을 선택할 때만 해도 여간 걱정되지 않았다. 딸이 그 전까지 다른 아이들과 어울릴 기회가 없다 보니 무엇보다 적응을 잘할 지가 걱정이었다. 더욱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 잔병치레를 많이 한다는 주위 이야기에 더 고민스러웠다. 이씨는 "처음 어린이집에 보내고 2주 정도는 아이가 안 떨어지려고 울고불고 해서 하루종일 마음이 조마조마했다"고 말했다.

서주영(32·대구 수성구 두산동)씨도 최근 어린이집 선택을 앞두고 노심초사하고 있다. 서씨는 "요즘 폭력적인 아이들이 적지 않아 교사가 안 볼 때 다른 아이의 머리핀이나 장난감 등을 뺏고 때리는 사례가 더러 있다고 들었다"며 "우리 아이는 아직 세 살이라 말도 서툴고 표현력도 부족해 이런 상황이 생겼을 때 잘 극복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예담 어린이집(대구 수성구 지산동) 이미향 원장은 "상당수 엄마들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에 앞서 먹을거리는 친환경 식품을 사용하는지, 시설이나 환경은 청결한지 등을 꼼꼼히 따져본다"면서 "최근에는 어린이집이 단순한 보육시설이 아닌 하나의 교육시설로 여겨지면서 특기교육 등 교육과정이 어떤지 물어보는 경우가 늘었다"고 했다.

◆현명하게 선택하는 방법은

최근 들어 어린이집은 시설이나 서비스 등이 과거에 비해 크게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여전히 무턱대고 아이를 맡기기에 불안한 점이 적잖다.

어린이집을 선택할 때 가장 먼저 챙겨봐야 할 것이 평가인증을 받았는지 여부다. 2006년부터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전면 시행하고 있는 보육시설 평가인증제는 시설과 생활, 사회 등 6개 영역으로 나눠 70~80개의 평가기준을 갖고 각 어린이집을 점검해 합격·불합격을 가리는 제도다. 현재 대구 시내 1천500여개의 어린이집 가운데 50% 정도가 이 인증을 받은 상태다. 대구시보육시설연합회 서창규 회장은 "평가인증제는 정부에서 다면적으로 평가하는 제도인데다 3년마다 기준을 강화해 재평가하기 때문에 부모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자신의 출퇴근 시간에 맞춰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곳을 찾는 것도 하나의 체크포인트. 아이사랑 부모포털(www.childcare.go.kr)이나 대구시 보육정보센터(www.tgcare.or.kr) 등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 이들 사이트에 접속하면 지역별(구·군) 어린이집 검색은 물론 각 어린이집의 시설 및 운영 현황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시간연장이나 24시간 운영 등 운영시간에 따른 검색도 할 수 있어 자신에게 가장 맞는 어린이집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

주위 사람들에게 자문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미향 원장은 "많은 부모가 입소문을 듣고 어린이집을 선택한다"며 "맞벌이 부부의 경우는 주위로부터 이야기를 듣기가 쉽지 않아 대구맘 등 육아카페 등에서 조언을 많이 구하는 편"이라고 했다.

통학거리도 고려해야 한다. 입소문이 좋다고 너무 먼 곳을 고집하다 보면 아이가 왔다갔다 하는 동안 지치기 쉽고, 이동하는 사이 안전이나 서비스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

최종적으로 직접 발품을 파는 일도 빼먹지 말아야 할 사항. 서 회장은 "최적의 어린이집 2, 3곳을 고른 다음에는 직접 그곳을 방문해 상담을 통해 시설 현황이나 원장의 운영마인드, 근무 교사의 자세 등을 확인해봐야 한다"고 했다. 또 "현장 답사는 어린이집을 선택해야 할 시기가 닥쳐 급하게 하는 것보다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어린이집을 정한 뒤에도 난관이 많다. 가장 부모를 힘들게 하는 것 중 하나가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줄 때 부모와 잘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다. 보통 2주 정도는 애를 먹는다고 한다. 이미향 원장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1, 2개월 전부터 아이에게 그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수시로 설명해주고 미리 어린이집에 같이 가서 적응토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시간연장형(기본 오후 7시 30분을 넘겨 오후 10시까지 운영하는 어린이집) 201

24시간형(오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운영하는 어린이집) 2

영아전담형(만 2세 이하 영아도 돌보는 어린이집) 41

장애아전담형(장애아이들을 돌보는 어린이집) 3

방과후통합형(유아뿐 아니라 방과후 초등학생을 돌보는 어린이집) 3

자료:대구시 보육정보센터(2009년 12월 31일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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