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출산율 가로막는 안이한 정부 정책

입력 2010-02-20 07:25:37

저출산에 따른 국가적 비상 상황에서 정부 정책이 육아 환경 개선은 고사하고 오히려 열악하게 만들고 있어 부모들의 비판이 높다고 한다. 아이 많이 낳으라고 말로만 권장하고 정작 지원은 줄이는 등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고서야 출산율이 높아지기는커녕 외려 줄어들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지난해 처음 실시해 호응을 얻은 아이 돌보미 사업이 그 단적인 예다. 아이 돌보미 사업은 생후 3개월부터 12세까지 아이를 보육사가 직접 찾아가 돌봐주는 서비스다. 지난해 9개월간 대구시 8개 구군 3천500여 가정이 11억 원가량의 정부 지원으로 혜택을 봤다. 그런데 올해부터 사정이 달라졌다고 한다. 정부가 안이하게 예산을 편성하는 바람에 직장 가진 부모가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간이 연간 960시간에서 절반인 480시간으로 줄었다. 올해 사업 기간은 3개월 늘었지만 작년보다 2억 2천만 원가량 적은 8억 8천만 원의 예산이 배정돼 이런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사업 시행 결과 부모들의 만족도가 높고 자연히 수요자가 폭증해 대기까지 하고 있는 마당이다. 예산을 더 많이 배정해 안심하고 아이 낳고 기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는 못할망정 예산을 줄여 육아에 불안감을 키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러고서야 '아이 낳기 좋은 세상'이 부모들의 피부에 와닿겠는가. 그런데도 주무 부처는 "지난해는 경제 악화에 따른 특수 상황" "긴급하고 일시적인 아동 보호라는 제도의 본 취지" 타령만 하고 있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1980년대 중반 이후 저출산 현상이 심화되면서 올해 만 6세에서 21세까지 학령인구가 1천만 명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보다 16만 1천 명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상황이 이런 데도 실태조차 파악하지 않고 책상머리 정책을 펴고 있으니 정책과 현실이 따로 가고 있는 것이다. 예산을 늘려 대상자를 더 수용해도 시원찮을 판에 외려 줄여놓았으니 출산 장려책이라고 내놓고는 실상 그저 맛뵈기로 하는 사업임을 자인하는 꼴이다.

이런 발상으로는 출산율 높이기는 어림없다. 추가 예산을 더 확보하든지 무슨 수를 내야 한다. 그래야 부모들이 안심하고 아이들을 맡기고 생업에 전념할 수 있다. 제대로 된 제도적 뒷받침이 없다면 세계 최저의 출산율이라는 족쇄에서 영영 벗어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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