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 그리고 나]필리핀 세부

입력 2010-02-18 15:48:19

하루 일곱번 바다빛 변하는 천혜의 휴양지

7천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필리핀은 아름다운 바다, 따뜻한 기후, 저렴한 물가, 가격 대비 훌륭한 시설을 갖춘 리조트 등으로 대표되는 동남아시아에 속한 국가이지만 지리적으로 한국과 가까워 비행기로 3, 4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어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좋은 곳이다.

필리핀의 수많은 섬들 중 세부(Cebu)는 보라카이(Boracay)와 더불어 한국인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푸른 바다와 온화한 기후를 가진 160여개의 크고 작은 섬들로 둘러 싸여져 있는 천혜의 휴양지이다.

일반적으로 세부라 하면 세부라는 도시를 지칭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세부는 섬의 이름으로 그 면적이 제주도의 두 배가 넘는 필리핀에서 8번째로 큰 섬이다.

세부 섬에서 가장 번화한 지역은 섬과 같은 이름을 가진 세부로 섬과 구별하기 위해 세부 시티(Cebu City)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막탄 국제공항이 있는 막탄(Mactan) 섬과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세부 시티는 필리핀의 많은 도시 중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곳 중 한 곳으로 13세기부터 중국과 인근 국가들의 무역 중심지 역할을 하기 시작, 1521년 세계적인 탐험가 마젤란(Ferdinand Magellan)이 막탄 섬에 상륙하면서 세계에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으며 이후 1565년부터 약 300년간 스페인의 지배를 받으면서 동남아 무역의 전초기지로 발전하였다.

세부에는 두 명의 존경받는 인물이 있는데 한 명은 마젤란이 이끈 스페인 군대와 맞서 독립을 지켜낸 막탄의 추장 라푸라푸(Lapu Lapu)이며, 또 다른 한 명은 세부에 서양의 문물을 전파한 위대한 탐험가로 칭송 받는 마젤란이다.

세부 시티, 스페인'필리핀 문화 공존

보통 세부라고 하면 세부 시티와 막탄 섬을 모두 지칭하는데 주요 볼거리들은 스페인 통치 시절의 모습이 남아 있는 세부 시티의 구시가지에 몰려 있다.

세부 시청 건너편의 팔각형 건물 안에 있는 3m 높이의 마젤란 십자가(Magellanes Cross)는 마젤란이 세부 상륙 후 세부의 왕을 비롯한 현지인들을 가톨릭으로 개종시킨 후 처음으로 세운 십자가로 건물 천장에는 십자가를 세울 당시의 광경이 그려져 있다. 필리핀에 세워진 첫 십자가라는 상징성도 있지만 십자가를 만지면 병이 낫는다는 전설이 얽혀져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마젤란 십자가 바로 옆에는 필리핀 가톨릭의 본산이자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가 창문을 장식하고 있는 산토리뇨 성당(Basilica Minore Del Santo Nino)이 있는데 산토리뇨는 '어린 예수'를 뜻하는 말로 교회 내부에는 마젤란이 개종의 기념으로 여왕에게 보냈다고 전해지는 어린 예수상이 안치되어 있다.

성당을 나와 해안가로 걸어가다 보면 세부를 점령했던 스페인군이 방어를 위해 바다와 가까운 곳에 만든 산 페드로 요새(Fort San Pedro)가 나오는데 큰 볼거리는 없지만 내부가 공원처럼 조성되어 있어 잔디나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기에 좋은 곳으로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해가 저물 때쯤이면 북쪽에 위치한 산 위에 있는 탑스 힐(Top's Hill)로 가보자. 탑스 힐은 이름 그대로 산 정상에 위치한 전망대로 필리핀 제 2의 도시인 세부의 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으며 맑은 날에는 보홀 섬까지 보인다. 탑스 힐은 세부 시내로부터 차로 30분 정도 걸리는데 시내에서 갈 때는 문제가 없지만 내려올 때에는 차편을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시내에서 미리 왕복으로 택시를 전세내서 가는 것이 좋다.

'벙커' 타고 아일랜드 호핑 투어

세부 시티를 둘러보았다면 다음은 세부 여행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아일랜드 호핑 투어를 해보자.

사실 세부 시티나 막탄에는 여행자들이 상상하는 에메랄드 빛 바다와 흰 모래사장이 어우러진 멋진 해변을 찾기 힘들기 때문에 부푼 꿈을 안고 도착한 여행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지만 현지인들의 수상보트인 '벙커'를 타고 앞바다로 조금만 나가 보면 아름다운 바다와 섬들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형형색색의 산호초와 열대어들 사이로 스노클링이나 스쿠버 다이빙을 즐길 수 있으며 배가 출출할 때쯤이면 한적한 무인도에서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과 과일을 먹은 후 하루에 일곱 번 바다 빛깔이 변한다는 아름다운 세부의 바다를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취향 따라 고르는 다양한 리조트

세부는 유명 휴양지답게 섬 전역에 거쳐 다양한 리조트들이 위치하고 있어 취향에 따라 리조트를 선택할 수 있다.

대다수의 리조트들이 몰려 있는 세부의 관문 막탄 섬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곳은 샹그릴라 막탄 리조트(Shangri-La's Mactan)로 세계적인 호텔 체인이 드문 세부에서 보기 드문 브랜드 호텔이기 때문에 한국인 투숙객들이 많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막탄에서 가장 깨끗한 해변을 보유하고 있어 언제라도 스노클링, 수영,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으며 투숙객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즐겨 찾는 싱싱한 재료들을 이용해 특급 요리사들이 요리하는 9개의 레스토랑과 15채의 단독 빌라로 구성되어 있는 고급 스파인 치 스파 센터(Chi Spa Center)를 갖추고 있다.

샹그릴라 리조트가 막탄을 대표하는 리조트라면 얼마 전 오픈한 임페리얼 팰리스(Imperial Palace) 세부 리조트는 새롭게 떠오르는 별이라 할 수 있다. 아시아 최고 호텔로 선정된 임페리얼 팰리스의 노하우가 집약된 이곳은 총 524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는 대형 리조트로 전용 해변과 세부 최초의 워터파크 시설을 갖추고 있어 휴양과 레저를 동시에 즐기기를 원하는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번잡함에서 벗어나 조용하게 휴식을 취하고 싶다면 막탄 공항에서 차로 3시간, 보트로 10분 걸리는 세부 남쪽에 위치한 바디안섬 내의 유일한 리조트인 바디안 리조트(Badian Resort)를 추천한다. 주변으로 펼쳐진 거대한 산호군락과 수심 50m까지도 훤히 보이는 맑은 바다를 보유하고 있어 스쿠버 다이빙 포인트로도 유명한 이곳은 일 년 내내 잔잔한 바다와 열대지방에서만 만나 볼 수 있는 맹그로브 숲, 섬을 가득 채운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이 어우러져 있어 장기 투숙 여행자들과 신혼여행자들에게 인기가 좋다.

김종욱(여행가)

[Tip}# 특급 호텔 부대시설 이용할 수 있는 데이 트립

막탄의 아름다운 해변들은 대부분 특급 호텔 소유 해변이기 때문에 저렴한 숙소에 머무르는 여행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는데 몇몇 호텔들은 이런 여행자들을 위해 일정 금액을 받고 그들의 호텔 해변과 부대시설을 이용 할 수 있는 데이 트립 티켓을 판매하고 있으므로 일정에 맞춰 적절히 이용하면 더욱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이다. 대표적인 데이 트립 가능 호텔들로는 샹그릴라, 플레테이션베이, 마리바고 등이 있다.

# 산 미구엘(San Miguel)과 망고

한국에서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산 미구엘 맥주는 스페인 점령 당시 전수 받은 비법을 통해 만들어진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맥주로 한국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다양한 종류가 판매되고 있다.

망고는 필리핀 외에도 여러 동남아 국가에서 만날 수 있지만 필리핀산 망고가 당도가 높고 맛있기로 유명하다. 국내에서는 무척이나 비싼 귀한 과일이지만 필리핀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