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토크박스] 명절증후군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입력 2010-02-18 13:53:22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이 지나갔다. 요즘은 '명절증후군'이란 말을 이곳저곳에서 많이 듣는다. 명절증후군이란 정확하게 '명절기피증후군'으로 명절이 다가올 때 부담을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해마다 각종 단체에서 명절증후군에 대한 설문을 조사하는데 이에 따르면 명절에 대한 압박은 신경질적 증상, 의욕상실, 우울증, 불면증에 이어 소화불량 및 두통, 탈모까지 유발한다는 것이다.

설이며 추석을 명절로 쇠는 것이 새로운 풍속도 아닌데 명절에 이런저런 수식어를 붙이는 모습이 괜히 요즘 세대들의 투정 같기도 하여 썩 유쾌하진 않지만 나도 두 며느리를 둘 새내기 시어머니로서 요즘 주변에서 들리는 명절증후군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의아하다. 예전이라고 명절에 대한 부담이 주부들에게 없었을까? 도리어 요즘에 비해 각종 절차들이 복잡하고 식구들이 많았던 시절에 주부들이 겪어야 했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요즘 명절스트레스에 더욱 유난스러워할까? 이는 명절에 대한 부담감이 주부들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남편, 시부모, 하물며 아이들에게까지 확대되었다는 점에 있다.

장시간 운전해 와서 승진은 언제 하고 연봉이 얼마인지 비교당하는 남편, 취직이랑 결혼은 왜 안 하냐고 덕담 듣는 미혼남녀, 가뜩이나 대가족이 안 익숙한데 '엄친아'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아이, 각자 그 입장에서 겪는 명절에 대한 스트레스가 커지다 보니 명절증후군은 단순 불평이나 주부에게만 국한된 현상이 아닌 온가족이 겪는 문제가 되어 버렸다.

가족이지만 오랜만에 만나면 가까운 사람이기에 더욱 민감한 부분이 있고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의 협조와 배려는 필수적이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이면 하지 말고 또한 기왕 해 주는 말이면 기분 좋게 해주자.

특히 가장 고생하는 아내에게는 따뜻하게 격려해주자. 명절은 일단 즐거워야 한다. 그리고 의미가 있어야 한다. 장시간 운전 중에 가족 간에 웃음 꽃이 피어날 수 있고, 오랜만에 만난 동서, 형제간에도 적절한 정보교환이 이루어질 수 있다.

아이들도 오랜만에 대가족이 모이는 것이 어색하지만 그 속에서 교육이 이뤄지고 가족의 의미를 배워간다. 이것이 명절이고 함께 치르는 축제이다.

따라서 증후군도 증후군 나름으로, 기왕 걸릴 증후군이라면 다음번엔 '명절선호증후군'이 되길 기대해 본다.

이 희 경 053)620-3731. lhk@med.y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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