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세대의 금자탑…힘 솟는 코리아

입력 2010-02-18 10:57:44

동계올림픽 갓 스물 선수들 쾌거는 희망·긍정의 메시지

갓 스무살을 넘긴 신세대들의 잇단 쾌거가 대한민국을 열광시키고 있다.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세계를 놀라게 하며 사상 최초로 스피드스케이팅 남녀 500m를 모두 석권한 선수들은 이른바 G(글로벌·Global)세대라 불리는 20대 초반의 '신인류'다.

타협과 양보 없이 답답함만 안기는 기성세대와 달리 좋아서 하는 일이라면 미친 듯이 빠져들고, '재미있게' 즐긴다. 20대 신인류의 거침없는 활약상은 세종시 갈등과 경기 침체로 어깨를 움츠린 국민들의 시름을 덜어주는 청량제로,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로 전해지고 있다.

◆즐기면서 이기는 아이들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금메달을 딴 모태범은 머리에 초록색 버섯돌이 모자를 뒤집어쓰고 태극기를 펄럭이며 춤을 췄다. 모태범은 시상식 후 "울려고 해도 눈물이 안 난다"고 웃었다. 모태범과 함께 500m 남녀 동반 금메달을 합작한 이상화는 밴쿠버 출국 직전 달력 16일에 동그라미를 치고 '인생역전'이라고 썼다."개인 최고기록을 경신하러 간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메달도 따라오지 않겠느냐"며 호기롭게 말하며 출국했다.

각종 스포츠 대회에서 대한민국과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선수들은 '즐기면서 이기는 아이들'이다.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한 기성세대와는 판이하게 다른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이번 대회 금메달 트리오 이정수(단국대), 모태범·이상화(한국체육대)는 2007학번인 동년배들이다. 남에게 등 떠밀려 시작하거나 어려운 환경을 탈출하기 위해 시작한 게 아니라 자신이 좋아서 시작한 운동이다. 전문가들은 외적 동기보다 내적 동기가 강해 세계 무대에서 정상급 기량을 갖춘 외국 선수들과의 경쟁에도 겁없이 달려들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TV를 통해 선수들의 활약상을 지켜본 이성태(56·수성구 파동)씨는 "꿈인가 생시인가 싶다. 이승훈, 모태범, 이상화 선수의 나이가 21세쯤이라고 하는데 대한민국의 신세대들 정말 대단하다"며 "이런 신세대들이 각 분야에서 약진한다면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나라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희망과 긍정의 메신저 G세대

밴쿠버에서 '사건'을 일으킨 선수들은 20대 초반의 글로벌 세대, G세대로 일컬어진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한 시기에 태어나 2000년대에 글로벌 마인드를 갖추고 자라난 세대로 정의된다. 출생연도로 따지면 1988~1991년생(10학번 새내기)이다.

G세대는 스포츠 무대에서 곧잘 눈에 띈다. 자신의 기쁨을 독특한 세레모니로 표현하는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예전의 선수들처럼 인터뷰에 쑥스러워하지도 않는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대성공을 거둔 이청용(22) 역시 '재미있어 축구 선수로 뛴다'고 말한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도 "재미있게 뛰어놀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G세대들은 긍정적인 마인드를 바탕으로 자아실현 욕구가 크고 소비 성향도 강하다. 경제적 어려움 없이 성장하면서 조기교육, 사교육 등 꽉 짜인 환경에서 자라나 사고가 획일적이며 나약한 면모를 지녔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한국이 글로벌 선진 국가로 도약하는 데 동력이 될 세대로 인식되고 있다.

계명대 임운택 사회학과 교수는 "신세대들은 가치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심리적 특성이 있고, 좋아하는 일에 전력투구하는 경향이 있다"며 "한국 사회의 발전을 위해 신세대들이 전력투구할 수 있는 일자리와 환경을 제공하는 게 기성세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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