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승계, 맏아들보다 능력있는 가족이 우선

입력 2010-02-18 09:46:34

'가족기업 승계자 선호' 박사 논문

지역의 중소기업인들은 맏아들보다는 가족 중 능력있는 사람, 사위보다는 능력있는 종업원에게 기업을 물려주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공한 가족기업들의 창업세대(1960~70년대)가 차세대에 경영을 이양, 승계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기업차원뿐만 아니라 국가차원에서 성공적 승계를 위한 적절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합니다."

22일 영남대 학위수여식에서 '가족분위기와 승계 실행 기반이 가족기업 승계 성공 인식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는 김재성(65·사진)씨는 가족기업의 경영 승계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씨는 대구은행에서 부행장을 끝으로 30년 근무했고, 이후 ㈜태왕 전무 및 감사, ㈜알리앙스 사장을 역임했다. 3월부터는 모교 영남대에서 경영조직론을 강의한다.

논문에 따르면 국내에선 가족기업이 전체 기업 대비 70%, 고용기여도 67% 등 국민총생산 및 고용창출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중소기업의 87%가 가업승계의 의향을 보이고 있다.

김씨는 "가족기업이 사회·경제적으로 기여하는 바가 큰 데도 그 기여와 장점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가족기업은 취약점도 많지만 가족의 가치가 긍정적으로 적용되고 장기적 안목으로 사업전략을 수립하는 강점이 있다. 강력한 리더십과 신속한 의사결정, 가족구성원의 지식·경험·노력·규범과 신뢰, 재무능력, 가족의 희생 등이 그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의 영속성을 결정하는 기업승계가 최근 사회이슈가 되고 있으며 승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가족기업의 3분의 1정도가 2세대 경영으로 승계되고, 제3세대 경영으로 이어지는 기업 수는 10∼15%에 불과하다. 그는 이 원인의 하나가 승계과정의 관리가 잘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김씨는 가족분위기가 승계 효과성에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고, 현 경영자와 승계자의 승계과정으로 인한 갈등 예방과 승계 결과에 대한 만족감을 제공하는 최소한의 기본요건을 알아보기 위해 실증연구를 하게됐다고 한다.

먼저 대구경북의 중소기업 2천700개에 설문지를 배부해 회수된 업체 중 가족이 기업에 참여하고 있는 782개 업체를 대상으로 분석했다.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현 경영자의 승계자 선호도의 경우 장자주의에서 벗어나 가족 중 능력있는 자를 선택한 응답이 60.9%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다음으로 '장자 선호'(23.0%), '능력있는 종업원 '(10.1%), '외부영입'(3.1%), '사위'(2.4%)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가족기업의 현 경영자가 승계자에 대한 선호는 직계가족 성향이 강하며, 직계가족이 아니면 사위보다는 가족 외부에서 먼저 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씨는 논문에서 승계 효과성에 가장 큰 영향요인으로 가족이 상황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서로 도우며 융통성 있게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인 가족적응성을 꼽았다. 가족 간 유대감, 즉 정서적 응집력 또한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현 경영자와 승계자의 관계가 우호적이고 승계자의 승계의지가 강할 때 승계 효과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기업이 승계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승계 계획이 필요하며, 가족분위기에 의해 승계 실행 기반이 달라지고 가족분위기는 승계 실행 기반을 통해 승계 효과성에 더욱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김씨는 "가족기업의 승계는 과정이 중요하고 승계와 관련해 중요한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갈등관리가 대단히 중요하다"며 "현 경영자와 승계자가 친밀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승계자에게 동기를 유발시켜 강한 승계 의지를 가진 승계자를 육성, 훈련시키는 것이 승계의 성공 요인"이라고 말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