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성능'안전에 직결 새車 점검, 언제 어떻게?

입력 2010-02-17 08:34:31

매뉴얼 그대로는 앗, 車'車…"운행 현실에 맞추세요"

직장인 이모(47)씨는 지난해 11월 10년 넘게 몰고 다니던 구형 프라이드를 처분했다. 자동차 취득'등록세 감면 혜택을 받아 싸게 차를 살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주행거리가 5천㎞를 넘어서고 첫 정비시기가 되면서 고민이 늘었다. 이씨는 "운전경력 10년이지만 정작 차에 대해서는 깜깜하다"고 난감해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잇따른 신차 출시와 세제 혜택 등으로 자동차 판매가 급증했다. 구입 후 6개월이 지나거나 주행거리가 1만㎞에 다다르는 요즘은 새 차의 첫 정비시기다. 그러나 가장 자주 교환하는 엔진오일만 해도 종류가 수십가지가 넘고, 가격도 천차만별. 교환 시기도 3천~1만㎞까지 제각각이다. 알쏭달쏭한 차량 정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교환주기, 뭐가 맞아?

새 차를 산 뒤 가장 먼저 받아야 할 정비는 엔진오일 및 오일필터, 흡기필터의 교환과 점검, 항균필터의 점검'교환, 타이어 공기압 점검 등이다. 이 중 가장 헷갈리는 부분이 엔진오일이다. 엔진오일은 자동차의 심장인 엔진 내부의 피스톤 운동을 원활하게 해주는 윤활유다. 엔진의 열을 낮춰주고 부품 마모와 소음을 줄여주는 것도 엔진오일의 역할이다.

글로브박스(조수석 앞)에 처박혀 있는 차량 사용설명서를 꺼내보자. 사용설명서에는 각종 장비에 대한 사용법과 차량 관리에 필요한 자가정비, 교환주기 등이 명시돼 있다. 차량마다 차이는 있지만 엔진오일과 오일필터는 평시 기준으로 주행거리 1만~1만5천㎞, 흡기필터는 2만~3만㎞에 교환하라고 돼 있다. 하지만 카센터나 정비업체에 가면 5천㎞만 타도 교환을 권유한다. 이는 공인 연비와 실제 연비가 차이가 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사용설명서 상의 소모품 교환주기는 엔진 및 각 부품을 실험실 조건에서 시험한 결과다. 잦은 시동과 짧은 거리의 빈번한 주행, 공회전이나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현실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D카센터 관계자는 "정비 주기보다 짧게 잡고 7천㎞ 정도 주행하면 점검하는 게 좋다"고 권했다. 백명철 영남이공대 자동차과 교수는 "운행 조건에 따라서 같은 주행거리도 부품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며 "특히 비포장도로 등 가혹한 운행이 많을 경우 정비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주행거리가 짧더라도 6개월을 넘기지 않는 게 좋다. 엔진오일이 공기와 접촉하면서 산화되는 데다 시동이 잦을 경우 휘발유가 엔진오일을 녹이면서 침투하기 때문에 오일의 점도가 떨어진다. 또 운행을 오랫동안 하지 않으면 엔진 내부에 녹이 발생할 수도 있다.

새 차를 산 뒤 1천~2천㎞ 후에 엔진오일을 교환하라는 속설은 믿지 않아도 된다. 새 차를 사면 엔진에서 나오는 쇳가루 때문이라는데 엔진 제작 및 합금 기술이 발달한 요즘에는 맞지 않는 얘기다.

◆아무거나 넣어주세요?

대부분 운전자들은 '엔진오일 넣어주세요'라고 말한 뒤 한두 시간 후에 차를 찾으러 오는 경우가 태반이다. 하지만 엔진오일의 종류는 수십가지가 넘고 가격도 리터당 3천~4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엔진오일은 크게 기유(基油'Based Oil)를 무엇으로 사용했느냐에 따라 광유계 엔진오일과 합성기유로 나뉜다. 광유는 원유를 석유로 정제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부산물을 기유로 사용한다. 국산차의 순정 엔진오일이고, 그냥 '엔진오일 갈아주세요'라면 넣어주는 윤활유다. 리터당 3천~4천원 수준으로 가격이 저렴해 자주 교환해도 경제적인 부담이 적다. 그러나 광유는 불순물의 비중이 높아 오랫동안 사용할 경우 엔진 내부에 불필요한 찌꺼기를 남기게 된다. 이 때문에 주행거리가 늘수록 연비가 떨어지고 매연이나 진동, 소음이 심해진다는 단점이 있다.

합성유는 분자구조를 인위적으로 결합시키고 합성시킨 윤활유다. 광유를 고도정제한 VHVI 혹은 PAO, 에스테르 등이 주성분. 여기에 청정분산제와 산화 방지제, 점도지수 향상제 등 각종 첨가제를 함께 섞어 만든다. 오일의 점도 변화나 휘발성이 낮고 윤활성이 뛰어나 엔진의 마모를 줄여준다. 또 찌꺼기가 덜 끼기 때문에 엔진오일 교환 주기가 1만㎞가량으로 길다. 모빌, 아랄, 쉘, 캐스트롤, 모튤 등 수입제품이 대부분이지만 지크XQ, 에스오일 수(SSU) 등 국산제품도 있다. 가격은 리터당 1만~5만원대까지 다양하다. 가격은 VHVI, PAO, 에스테르 기유 순으로 비싸지만 어떤 기유를 얼마나 사용했는지 업체 측에서 밝히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얼마나 들까?

엔진오일 교환비용은 디젤엔진이 가솔린엔진보다 비싸다. 오일량의 차이 때문이다. 가솔린엔진의 경우 대부분 엔진오일이 4, 5ℓ정도 들어가지만 디젤 차량은 6, 7ℓ가 대부분이다. 광유의 경우 ℓ당 3천~4천원 수준. 여기에 지정 정비센터의 경우 1만5천~2만원의 공임이 붙는다. 오일필터와 흡기필터 가격이 포함되면 가솔린차량의 경우 3만~6만원 수준이다. 자기 차량에 맞는 엔진오일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출시된 디젤 차량들은 매연저감장치(DPF)가 장착돼 있기 때문에 ACEA C3급 등 적합한 엔진오일을 사용해야 한다. 맞지 않는 엔진오일을 장시간 사용할 경우 수백만원 대에 이르는 DPF 장치가 고장을 일으킬 수 있다. 타이어 공기압 점검도 필수다. 차량 출고시 공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빠지는데다 출고 전 장기 주차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자동차서비스센터 대구사업소 김종근 프론트파트장은 "합성유가 성능이 더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저렴한 제품이라도 교환주기에 맞춰 자주 점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며 "건식 흡기필터의 경우 에어건으로 청소를 하면 여과지가 파손될 우려가 있으므로 교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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