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영어강사 오토씨 친구들과 명절 행사
"이번 설날은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한국의 정을 듬뿍 담아 가겠습니다."
14일 오후 11시쯤 대구 달성군 가창의 한 전통찻집 정원에서 하얀 종이등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태국에서 새해맞이 풍습으로 종이등에 소원을 적어 하늘로 날려 보내는 것을 본뜬 행사였다.
어두운 밤하늘로 둥실둥실 떠오른 종이등은 밤하늘 별 사이를 한참 비행하더니 어느새 한 줄기 점으로 사라졌다.
이날 모임은 한국에서 마지막 설을 보내는 미국인 줄리안 오트(31)씨를 위해 대구에서 사귄 외국인과 한국인 친구들이 마련해 주었다. 친구들은 오트씨가 소원을 적어 하늘로 날린 종이등 행사만큼 뜻 깊은 설날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벤트를 준비했다고 했다.
고개를 젖혀 종이등을 지켜보던 오트씨는 연방 "멋지다"를 외치며 자신의 카메라에 이 과정을 담았다.
오트씨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4년 6개월 전. 영어강사 직을 구해 미국을 떠나 대구로 오면서부터였다. 낯선 동양에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다. 사고와 행동 양식 모두 달라도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 만나면서 낯선 타국생활의 두려움은 조금씩 사라져 갔다. 특히 남달랐던 요리 실력은 한국인 및 외국인 친구들과도 벽을 허무는 계기가 됐다.
난생 처음 스쿠터를 탔고 나중에는 오토바이로 팔공산을 누볐다. 차 마시는 법도 배웠다. 차를 우려내는 기술이 웬만한 전문가 못지않을 정도가 됐다.
오트씨는 다음달이면 애증이 교차했던 한국인의 정과 한국문화와 작별해야 한다.
"처음에는 가정과 직장을 구분하지 못하는 한국인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가 없어서 오해도 많았습니다.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번 설 모임은 한국에서의 경험을 좋은 기억으로 남게 하는 치료제가 될 것 같아요."
재미교포 출신 친구와 함께 한국요리에 관한 책을 쓰자는 데 의기투합했다는 오트씨는 "한국문화는 접하면 접할수록 새로운 느낌을 갖게 한다"며 "언제 어떤 방식이 될지 모르겠지만 꼭 다시 돌아오고 싶다"고 환하게 웃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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