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사단 장병 10명 눈물의 모자결연식

입력 2010-02-16 10:24:29

11일 모자의 인연을 맺은 50사단 심재윤 이병과 북구여성문화대학 정복주씨가 모자결연 증서를 함께 읽은 뒤 웃어보이고 있다. 50사단 제공
11일 모자의 인연을 맺은 50사단 심재윤 이병과 북구여성문화대학 정복주씨가 모자결연 증서를 함께 읽은 뒤 웃어보이고 있다. 50사단 제공

"나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혹독한 훈련이 있을 때면 '어머님 은혜'를 부르곤 하는 육군 50사단 대구 북구 학정동 장병들. 이 가운데 어머니에 대한 사무침에 눈물을 글썽인 10명의 장병들이 있었다.

이들에게 설을 이틀 앞두고 새로운 '어머니'가 생겼다. 어머니 없이 자란 이들 장병들은 대구 북구여성문화대학 회원 어머니들과 모자의 연을 맺은 것.

"어머니 정복주는 병사 심재윤과 2010년 2월 11일 모자결연을 맺고 어머니와 아들 관계를 성실히 이행할 것이며,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항상 믿음과 신뢰로 서로 아껴주고 생활할 것을 약속하며, 전역 후에도 모자 결연의 연을 계속 유지할 것을…."

모자결연 증서를 또박또박 읽어 내려가는 심재윤(20) 이병의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생후 2년이 되지 않아 부모와 사별하고 할머니 손에 자란 터였다. 심 이병과 모자결연을 맺은 정복주(55)씨는 "나이만 한 살 더 먹는 줄 알았는데 올해는 아들도 하나 더 얻었다"며 연방 아들의 등을 두드렸다. 이날 심 이병을 포함한 모자 10쌍이 '엄마와 아들'의 끈을 묶었다.

50사단이 모자결연 행사를 연 것은 장병 상담에서 시작됐다. 군입대 이후 부모님의 은혜에 더 감사하게 됐지만 어머니가 옆에 없어 아쉽다는 하소연이 적잖았기 때문이다.

상담을 맡았던 조원식 주임원사는 "군생활을 누구보다 모범적으로 하고 있고 조직 생활 적응력이 빠른 병사 중 일부는 어머니가 없어 외로움과 응어리가 크다는 걸 알았다"며 "10년간 부대를 도와주던 북구여성문화대학 어머니들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북구여성문화대학 소속 회원들은 흔쾌히 응했다. 이미 자식들을 어느 정도 키워놓은 47~57세 어머니들인데다 실제 자녀들과 연배 차이가 없어 정서적 이질감도 없었다. 특히 회원들은 2000년부터 매년 어버이날마다 50사단 장병들과 모자 같은 유대관계를 이어왔다.

10명의 아들은 경북 구미, 경기 안성, 전남 화순, 서울 등 출신 지역이 골고루 분포돼 있다. 장병들은 하루 12시간의 외출을 받아도 PC방이나 영화관에서 시간을 때우기 일쑤였으나 이젠 "어머님 앞으로!"를 외치겠단다. 앞으로 외출 걱정은 덜었다는 게 장병들의 우스갯소리다.

50사단 김정기 공보관은 "10년간 사병들과 소통하며 마음을 열어준 어머님들에게 감사한다"며 "장병들이 새로운 인연을 통해 마음의 안식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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