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잡은 은·동메달을 놓쳐 분하고도 안타깝다."
14일 열린 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한국 선수들이 1, 2, 3위로 달리다 결승선을 불과 수십여m 앞두고 우리 선수들끼리 뒤엉키면서 금·은·동 '싹쓸이 메달'을 놓친 데 대해 국민들과 네티즌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정수(21)가 비록 금메달을 땄지만 성시백(23)·이호성(24)이 진로 경쟁을 하면서 '따 놓은 당상'이나 다름없었던 은·동메달을 놓치자 인터넷에는 '지나친 경쟁과 승부욕' 때문이라는 댓글이 홍수를 이뤘다.
네티즌들은 특히 동계 올림픽이나 각종 국제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에게 '공공의 적'으로 불리던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에게 은메달을 헌납했다는 점을 아쉬워하고 있다. 무리하지 않았더라면 동계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우리 선수 3명이 한 종목에서 메달 석권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다음 등 각종 포털사이트에는 '이호석 팀킬'(team kill·'함께 죽다'는 의미로 사용됨) 등의 검색어로 관련 동영상과 경기 중 충돌을 분석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이호석 팀킬은 3위로 달리던 이호석이 앞서가던 성시백을 무리하게 추월하려다 두 선수 모두 뒤엉켜 넘어진 것을 빗댄 말이다.
네티즌들은 이호석에게 비난과 응원을 동시에 보냈다. 이날 하루 이호석의 미니홈피 방문객 수는 30만명을 돌파했다.'쇼트트랙 이호석 안티카페'라는 이름으로 14일 개설된 카페에는 2천명 가까운 회원이 가입했으며 '안톤 호석'이라는 이름을 붙이기까지 했다. 네티즌들은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열린 2006 세계쇼트트랙선수권대회 남자 3,000m 경기에서 안현수와 이호석이 충돌하면서 금·은메달 모두 놓친 전력까지 들춰냈다.
반면 다른 네티즌들은 "'금메달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태' 때문에 이호석 선수가 무리한 것"이라는 동정표도 많이 보냈다.
다음 아고라에 글을 올린 김아율씨는 "정말 아쉽다. 그렇지만 이호석 선수, 이럴 때일수록 더 힘을 내서 실수를 만회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정수 선수도 페이스 계속 유지하고, 성시백 선수도 나머지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면 된다"며 "아직 경기는 많이 남았다. 우리 선수끼리 싸인 잘 맞춰서 금·은·동 싹쓸이 메달에 다시 한번 도전하자. 쇼트트랙 화이팅!"이라고 썼다.
그러나 네티즌의 비난 물결과는 달리 밴쿠버의 분위기는 달랐다. 이호석이 15일 성시백의 어머니 홍경희(49)씨에게 자신의 실책을 사과하자, 홍씨는 아들과 충돌한 이호석을 다정하게 안아주는 감동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한편 경기 직후 "실격이 많이 나오길 바랐다"고 발언한 오노는 또다시 공분을 사고 있다. 오노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500m에서 '할리우드 액션'으로 김동성의 금메달을 빼앗아 간 데 이어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어부지리 은메달'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극적인 말을 쏟아내 비난성 댓글이 빗발치고 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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