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의 인물] 변절의 대명사 도도 다카토라

입력 2010-02-16 08:11:18

그만큼 자주 주군(主君)을 바꾼 사무라이는 일찍이 없었다. 비참한 최후를 맞곤 하는 보통 변절자와는 달리 성공적인 삶을 산 인물이었다. 다이묘(大名'지방 영주)였던 도도 다카토라(藤堂高虎'1556~1630)는 전쟁이 일상화된 전국(戰國)시대에 능란한 처세술의 진수를 보여줬다. 평소 "무사는 주군을 7번 바꾸지 않는다면 무사라고 할 수 없다"는 신념을 가졌다. 키 190cm의 험악한 무장이 뛰어난 아부꾼이라는 점 자체가 우습다.

1556년 오미(현재 시가현) 시골에서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나 여러 영주를 전전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동생 하시바 히데나가의 가신(家臣)이 되면서 무공을 세워 작은 영주가 됐다. 우리와도 악연이 있다. 1597년 정유재란 때 일본 수군을 이끌고 칠천도(거제시 하청면)에서 이순신 장군이 빠진 조선 수군을 대파하고 원균을 죽였다.

히데요시 형제가 죽자 재빨리 당대의 실력자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붙어 세키가하라 전투에 참가했고, 그 공로로 20만섬의 대영주가 됐다. 처세술만으론 일시적으로 성공할 수 있지만 크게 될 수 없다. 무용을 겸비한 실력까지 갖췄기에 죽을 때까지 권세를 누린 것이다.

박병선 사회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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