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기술사관육성 프로그램' 고교생 체험기

입력 2010-02-16 08:33:49

최근 전문계고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전문계고가 산업현장의 기능인력을 양성한다는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또 전문계고 학생의 대부분이 취업보다는 진학을 선호하는 등 전문계고 교육의 해묵은 과제가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기업, 대학, 전문계고가 함께 전문인력을 육성하고 있는 중소기업 기술사관 육성 프로그램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는 경북공고 김노아, 강인근 학생과 대중금속공고 정상희 학생과 서부공고 이재훈 학생을 만나 전문계고 교육의 묵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을 찾아봤다.

◆김노아(경북공고 1년) '친구따라 강남갈 뻔~'

노아군은 1년 전 일반계고 진학을 두고 고민했다. "충분히 일반계고로 진학할 수 있는 성적이었습니다. 진로결정을 두고 고민을 하다 좋아하는 메카트릭스 분야에서 창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전문계고를 선택했어요."

하지만 입학과 동시에 후회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일반계고에 다니는 친구들이 부러울 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4년제 대학에 진학하고픈 마음도 있었어요."

노아군이 이 같은 생각을 떨쳐버릴 수 있었던 것은 이 학교가 영남이공대학과 연계운영하고 있는 '중소기업 기술사관 육성 프로그램'에 참가하고서부터다. "특별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교수님으로부터 일반 고교에서는 배울 수 없었던 심화과정을 직접 공부할 수 있어 내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게다가 산업현장을 직접 방문해 공부했던 내용들이 나중에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 수 있어 공부에 흥미를 잃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강인근(경북공고 1년) '대학생이 된 기분이에요'

인근군은 겨울방학에도 영남이공대학을 찾아 하루 6시간씩 기계 관련 수업을 듣는다.

대학 연구실에 들릴 때면 벌써부터 대학생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인근군은 "좋아하는 분야를 일찍부터 공부해 남보다 빨리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미래를 전문계고에 걸었다"고 했다. 이 같은 생각은 기술사관 육성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부터 더욱 확실해졌단다.

"평소 CAD분야에 흥미가 많았지만 원하는 것들을 직접 시현해보는 데는 한계가 있었어요. 그런데 대학의 우수한 기자재와 산업현장의 고급장비들을 마음껏 사용하고 공부할 수 있어 좋아요"

앞으로 컴퓨터를 이용한 디자인 관련분야에서 일하는 것이 꿈이다. "국·영·수 수업은 적게 하더라도 디자인, 컴퓨터 등 공부하고 싶은 내용을 전문적으로 배우는 것이 자신의 미래를 위한 길이 아닌가요."

◆정상희(대중금속공고1년) '간판보다 실리를 찾아야죠'

"오로지 대학만을 목표로 3년이라는 고교생활을 헛되이 보내고 싶지 않았어요."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만드는 것이 취미였고 집 안의 웬만한 가전기기 수리를 도맡을 정도로 기계에 관심이 많았던 상희군. 그는 프로그램 참가 후부터 친구들로부터 '맥가이버'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이 분야에서 달인의 경지에 올랐다. '이 분야가 나의 적성에 잘 맞는가'하는 고민에 빠져 있는 또래 친구들이 많지만 상희는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

"물건을 만들고 깎는 등 CNC과정을 하다보면 속이 시원하고 스트레스가 사라집니다. 더구나 전문분야를 체계적으로 배우고 열심히 공부하면 졸업 후 대학진학은 물론 안정된 직장까지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지 않나요" 무엇보다 힘이 되는 것은 부모님의 격려다. "전문계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우려했던 부모님도 지금은 제 선택을 믿고 격려해주시는 것이 가장 큰 힘이 된답니다."

◆이재훈(서부공고1년)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어요'

재훈군은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부터 과도한 교육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가정형편상 전문계고를 선택했지만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부터는 연간 학비가 지원되면서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드릴 수 있어 행복하단다.

대학에 진학할 때도 입학금 면제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졸업 후에는 취업걱정 없이 곧바로 학교와 협약을 체결한 지역 업체에 취업할 수 있어 마음이 든든하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재훈군에게는 학비와 진학, 취업 등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셈이다.

"엄청난 사교육비를 들여 공부를 해도 유명대학에 진학하기 어려워요. 명문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이 힘든 것이 현실이고요. 열심히 공부해서 CNC분야에서 최고 전문가 되는 것이 꿈이에요."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사진 성일권기자 igsu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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