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삼성 '애증의 10년'…글로벌 삼성에 러브콜

입력 2010-02-12 10:32:37

2000년 삼성차 파산 선고 '반삼성운동'…2010년 호암 동상 제막

10년 전과 너무나 다른 대구의 분위기였다.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에게 대구는 10년 전 삼성상용차 파산으로 계란을 던지고 자신의 화형식을 치렀던 도시로 기억되고 있다.

꼭 10년 전인 2000년 12월, 법원으로부터 삼성상용차가 '파산' 선고를 받자 지역민들의 실망은 곧 분노로 돌변했고 지역에서는 초유의 사태인 반삼성 운동으로까지 번졌다.

대구 도심에 삼성그룹을 비난하는 플래카드 수백 개가 나부꼈고 삼성금융플라자, 동성로, 홈플러스 등지에도 시민들이 진을 쳤다. 삼성상용차 공장부지에서는 길거리에 나앉게 된 협력업체 직원들이 삼성카드 절단식은 물론이고 화형식까지 열었다.

대구시민들의 분노가 거세지자 삼성은 사과의 말을 전하기 위해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을 특사격으로 대구에 파견했다. 하지만 이를 눈치 챈 시민모임 대표들이 시 청사 진입을 시도하고 계란을 던지는 등 소동이 커지자 대구공항에 내린 이 회장이 황급히 발걸음을 돌리는 해프닝까지 발생했었다.

10년 동안 달라져도 너무나 다른 대구 모습에 이 회장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 회장은 '감사'의 말을 연발했고, "대구경북에 무엇인가 보답해야 할 길을 찾기 위해 고민도 해야겠다"는 말로 대구시민의 기대감을 높였다.

이날 행사를 지켜본 한 경제인은 "그동안 대구경북이 얼마나 먹고 사는데 절박했는지 잘 알 수 있는 풍경이었다"며 "어쨌든 호암 선생을 계기로 대구와 삼성이 손을 다시 잡아 지역 경제에 희망이 움텄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외국에 나가면 대구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러나 대구가 삼성의 발상지라고 하면 누구나 돌본다. 삼성은 대구의 자부심이라고 할 수 있다"며 "그동안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삼성사랑, 기업사랑이 확산돼 함께 미래를 설계하는 파트너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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