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한방이야기] 카레와 강황

입력 2010-02-11 09:58:32

알츠하이어병 예방 효과…혈압 내리고 진통·항산화 작용

우리나라에서 자장면 다음으로 토착화한 음식이 카레다. 카레는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인도 요리로 영국인들에 의해 유럽에 알려졌다. 일본에서는 메이지 시대에 영국에서 전해져 카레라이스가 국민식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일제 강점기때 소개됐으며 1970년대 모 식품회사에서 카레 분말을 상품화해 대중화됐다. 요즘엔 웰빙 영향으로 즐겨 먹는 음식이 됐다.

인도에서 카레는 갖가지 향신료를 조미료로 이용한 요리의 총칭이다. 인도 요리의 대부분은 카레 요리라고 할 정도로 종류가 많고 맛도 천차만별이다.

각 나라마다 좋아하는 카레의 향과 맛은 차이가 있다. 카레가 각 나라에 정착하면서 그 나라의 기호에 어느 정도 맞게 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카레의 맛과 향은 인도와 완전히 다르다.

◆인도인의 장수 비결은 카레

카레(Curry)는 '향기롭고 맛있다'는 뜻이다. 커리가 일본으로 전해지면서 카레라고 불리게 됐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카레는 천연향신료를 혼합해 건조, 분말시킨 순카레와 전분(밀가루'전분'옥수수분 등)을 넣어 조리가 쉽도록 만든 제품을 말한다. 카레의 맛과 향을 좌우하는 향신료는 재배된 곳에 따라 특성이 다양하기 때문에 좋은 향신료를 엄선해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음식의 재료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데 카레는 인도인이 장수하는 비결 중 하나로 알려지면서 주목받게 됐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카레의 향신료 중 특유의 노란색은 강황(薑黃)이라는 약재의 천연 색소인 커큐민(Curcumin)에 의한 것이다. 이는 항암 효과와 두뇌 건강을 얻을 수 있는 향신료로 보고되고 있다. 예부터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는 향신료뿐만 아니라 의복의 염료로도 사용했다.

최근 커큐민을 함유하고 있는 강황이 건강에 좋은 식품으로 소개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됐다. 주로 인도와 동남아시아, 중국 등 아열대지역에서 재배되며 기후와 품종에 따라 커큐민의 함량에 차이가 많다. 국내에서는 기온이 높은 제주도나 전남 순천, 진도 등 남부지역에서 재배된다. 경기 북부 파주는 농가 소득을 올리기 위해 지난해 강황 재배에 성공했다고 한다. 국내 생산량의 90% 정도가 진도에서 재배되고 있다.

한의학에서 강황은 생강과에 속한 다년생 초본의 덩이뿌리로 겨울철에 잎과 줄기가 고사하면 채취해 깨끗이 씻은 후 삶거나 쪄서 건조한다.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매우면서 쓰다. 찬 기운을 발산시키며 기혈순환이 잘 되도록 해 통증을 멈추는 효능이 있다. 관절의 통증과 팔다리 저림, 견비통, 타박상 등에 활용하며 기혈을 순환시키는 작용이 매우 강해 갑자기 생리가 없거나, 생리통이 심하고 자궁근종이 있을 때 사용하는 약재다. 약리학적으로 강황의 성분 중 커큐민은 두뇌 건강에 일정한 역할을 하며, 노인성 치매인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발표됐다. 항산화작용이 있고 식욕을 증진시킨다. 또 혈압을 내리고 진통 및 자궁수축 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레 성분 '강황' 치매 예방

국내에서는 매스컴과 인터넷의 영향으로 강황에 대해 오류를 범하고 있다. 카레에 들어가는 것을 강황 또는 울금이라고 하기도 한다. 강황과 울금은 이름만 다를 뿐 같은 식물이라고 하고 있다. 모두 생강과에 속하는데다 모양과 치료하는 작용도 비슷하지만 강황은 성질이 따뜻한 반면 울금은 성질이 차다. 그래서 울금은 몸이 냉한 사람에게 좋지 않다. 카레에 들어가는 것은 울금이 아닌 강황이다. 국내에서 재배하는 것은 강황인데 울금으로 부르는 것은 일본식 명칭을 잘못 사용해왔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강황은 많이 사용하는 약재는 아니다. 약성이 강해 어혈(체내의 혈액이 일정한 자리에 정체돼 노폐물이 많아져 생기는 한의학상의 병증)이 있을 때 사용하지만 임신부는 자궁수축 작용으로 낙태 위험이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도움말·한상원 대구시 한의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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