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why?] 구스타프 클림트 '키스'

입력 2010-02-11 07:04:53

화려한 색채·선…환상적 남녀의 모습 화폭에

연인들에겐 어느샌가 빠질 수 없는 기념일이 된 '밸런타인 데이'(Valentine's Day)가 올해에는 설과 겹쳐져 연인들에겐 아쉬운 한해가 될 것 같다. 우리나라에는 1월 14일 다이어리 데이부터 12월 14일 머니 데이에 이르기까지 연인들을 위한 날들이 참 많다. 그 중 로마시대부터 유래된 밸런타인 데이는 처음에는 부모와 자녀들이 사랑의 교훈과 감사를 적은 카드를 서로 나누어 주던 풍습에서 비롯되어 20세기에 접어들면서 남녀가 사랑을 고백하고 선물을 주고받는 날로 변화된 대표적인 연인들의 축제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특히 여성이 남성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초콜릿을 '사랑의 선물'로 주는 날로 1980년부터 유행병처럼 번졌다.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여자가 남자에게 먼저 사랑을 고백하는 풍속은 익숙지 않아 밸런타인 데이를 즈음하여 열정적인 사랑을 서로 확인하곤 한다. 이러한 사랑을 확인하는 방법 중 '입맞춤'만큼 황홀하고 달콤한 건 없을 것이다.

서양미술 중에는 연인들 간의 '키스'를 주제로 한 명화들이 많다. 조각품으로 로댕의 '키스'와 브란쿠지의 '입맞춤', 회화로는 뭉크의 '입맞춤'과 클림트의 '키스'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작품들이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이유는 남녀 간의 키스를 주제로 했기 때문보다는 키스를 할 때 생기는 감정의 밀도를 실감나게 표현했기 때문일 것이다.

키스를 모티프로 한 작품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작품인 클림트의 '키스'는 화려한 색채와 선으로 환상적인 남녀의 모습을 화폭에 담고 있다. 하지만 이 그림을 좀더 자세히 관찰해보면 한 쌍의 연인이 껴안고 있으며 남자가 여자의 뺨에 입맞춤을 하고 여자는 마냥 달콤함에 취해 있는 듯하다. 그리고 이들은 꽃으로 덮인 벼랑 위에서 이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마치 아찔한 벼랑 위에서 피어난 황홀경이 죽음에 이를 만큼 짜릿한 극치감을 느끼고 싶은 듯한 모습이다. 이러한 포즈 때문에 여자의 굳게 다문 입술은 황홀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는 주장도 있다.

1892년 다른 화가들과 함께 오스트리아의 전통적 예술에 대립되는 빈 분리파를 결성한 클림트(1862~1918)는 오스트리아가 다른 유럽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미술운동, 즉 조각과 일상 장식에서와 마찬가지로 회화와 건축에서도 새로운 예술적 표현을 추구하는 '아르누보'에 개방되기를 희망했다. 자연은 아르누보의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동양적인 장식양식에 착안하여 추상화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면서 템페라, 금'은박, 수채 등 다양한 재료와 다채롭고 독창적인 기법을 구사했다.

김태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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