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식 보다 보기 편한 자세로 마시면 돼요"
"차는 내가 편하고 다른 사람이 볼 때 아름다운 모습으로 드세요. 그게 진정한 다례겠죠?"
경북 고령군 반룡사. 조현수 차 사범과 반룡사 법인 주지스님, 신도들이 둘러앉아 다례를 배우고 있다. 일주일에 한번 모여 앉아 차를 마시기 시작한지 4개월째. 이제 제법 차 마시는 것이 생활 속에 젖어들었다.
이날 차는 식전이라 발효차인 보이차를 선택했다. 추운 날씨에 보이차를 주고 받으니 어느새 몸이 훈훈해진다. 김갑조(55) 씨는 "차를 마시기 시작한 후 분위기도 훨씬 부드러워졌고 차에 대해서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어 다들 만족해 한다"고 말했다.
2000년 이후 우리 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차 인구가 급격하게 늘었다. 특히 대구경북은 차 인구가 수도권 다음으로 많은 곳. 차를 가르치는 사범 수도 많다. 사실 다례는 엄격하게 규정된 것이 아니라 차 사범마다 견해가 조금씩 다르다. 20년 이상 차 생활을 해온 조 사범은 '차는 복잡하고 격식 있으며 교양 있는 사람들이 즐기는 것'이라는 편견을 깰 것을 주문했다. 좀 더 쉽고 편안하게 차를 대할 것을 강조한다.
"차는 기호음료예요. 모든 사람이 의식다례를 할 필요는 없거든요. 여건이 안 되면 따뜻한 물을 담은 머그잔에 녹차잎 몇 잎을 띄워 마시면 돼요."
특히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차를 즐기는 법을 가르칠 것을 권했다. 아이들 정서에 좋을 뿐 아니라 평생 입맛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유치원에서 다례를 가르치는 것이 반갑다.
'편하게 마시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하지만 그래도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 정도의 차 마시는 법을 익혀두면 좋다.
조 사범은 형식을 갖춘 자리라면 '남들이 보기 편한 자세'로 차를 마시면 된다고 말했다. 잔을 잡을 때는 겸양의 의미로 한손으로 찻잔을 받치고 나머지 한 손으론 찻잔을 조심스레 감싼다. 이때 찻잔의 입술 닿는 부분에 손가락이 닿지 않도록 조심한다. 소리 내지 않고 마시는 것은 기본이다.
차를 우려낼 때 물 온도는 차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녹차는 1분30초에서 1분40초가량, 발효차는 15초 내에 우려내는 것이 좋다. 이 가운데 우전차는 65도 정도, 세작과 중작은 70~80도 온도의 물에 우려마시는 것이 좋다. 찻물은 돌에서 솟아나는 석간수를 제일로 치지만 구할 수 없으니 생수를 이용하면 된다. 수돗물을 쓸 경우 하루 가라앉혀 냄새를 없앤 후 마시는 것이 좋다.
차를 따를 때는 잔의 7부 정도 따르면 된다. 차주전자의 높이는 찻잔 하나 정도의 높이를 띄우면 된다. 이 정도 높이가 보는 사람의 마음이 편하고 덤으로 찻잔 속에 떨어지는 물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높이이기 때문이다.
차를 마시다가 이제 차를 그만 마시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선 찻잔을 차받침 위에 엎어두면 된다. 또는 찻잔을 원래 자리에서 물리는 것도 예의에 맞다.
녹차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녹차 속 수분 때문이다. 통상 생산 후 2년이 유통기한이지만 좀 더 좋은 맛을 느끼기 위해선 1년 안에 마시는 것이 좋다. 오래된 차는 새 프라이팬에 약한 불로 덖어주면 묵은 맛이 사라진다. 또는 햇차와 묵은 차를 섞어서 덖어주면 맛과 향이 햇차 쪽에 가까워진다.
다도 수업을 운영하고 있는 반룡사는 차와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 반룡사 사찰음식연구소까지 냈다. 일반인들도 참가할 수 있는 다도반은 매달 2, 3번째 토요일 오후 1시에 열리고 사찰음식 체험은 1, 4번째 토요일 오후 2시에 진행된다.(문의 054-954-1498) 대구 수성구 수성롯데캐슬상가에도 사찰음식연구소가 있다. 매주 화요일 오후 7시에 다도반이, 매주 목요일 오후 2시와 7시에 사찰음식 강의가 열린다.(문의 053-294-8789)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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