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로 '세 노르'(C'est normal)이라는 표현이 있다. 극복하거나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 얽매이는 대신 편하고 일상적인 상황으로 돌아가자는 말인데, 쉽게 '원래 그런 거야' 쯤으로 통한다고 한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라는 '세라비'(C'est la vie)가 그렇듯 삶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관조랄까 여유가 느껴진다.
전경린 신작 장편 소설 '풀밭 위의 식사'에는 내면에 깊은 상처를 간직한 여 주인공 '누경'이 등장한다. 그런 그녀의 사랑은 그녀를 상처에서 건져올리지 못한다. 서글프게 막을 내리는 유부남 대학교수와의 오랜 연애도, 자신만을 바라봐주는 남자 기현과의 사랑도 그녀에겐 스쳐가는 만남일 뿐이다. 사랑으로 피폐해진 누경의 삶은 그러나, 또다른 사랑으로 치유된다. 더 많이, 더 깊이 사랑한 사람은 사랑으로 인해 다치지 않는다는 소설 속의 대사는 누경에게 주술과 같은 마력을 발휘한다.
작가의 문체는 자의식 강한 여주인공의 내면과 그녀가 맺고 있는 관계를 표현하는데 더 없이 적절해 보인다. 전작 '엄마의 집'에서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따스한 시선으로 담아냈던 전경린은 이번 소설에서 치명적인 독성을 담은 글을 선보인다. 252쪽, 1만원.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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