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고 도약, 시작부터 달라야죠.
중학교 3학년생들에게 겨울방학은 고교 진학에 대한 기대감과 막연한 불안감이 교차하는 시기다. 중학교 때와는 확 달라지는 교과과정, 많아지는 학습량, 수업 외 스스로 공부해야 하는 자기주도학습 등 대비해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때문에 고교 진학을 앞둔 중3생들에게 1, 2월은 고교 전체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학교 입장에서도 3년간의 힘든 레이스를 펼칠 신입생들이 출발에 앞서 워밍업을 끝낸다면 학사일정이 한결 수월해진다. 명문고 도약을 준비하는 학교들은 중3-고1 공백기에 놓인 예비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각종 프로그램을 마련, 튼튼한 열매를 맺기 위한 자양분을 공급하고 있다.
◆다사고-고교 가이드, 방학이 더 바쁘다
다사고(대구 달성군 다사읍)에 진학하는 이수빈(14)양의 기상 시간은 오전 6시. 방학인데도 학기 중보다 이르다. 합격통지서를 받은 다사고에서 예비 신입생을 대상으로 지난달 25일부터 5일까지 실시한 2주간 입학 전 프로그램에 참가한 뒤 생활 패턴을 바꿨다. 북구 칠곡 집에서 학교가 있는 다사까지 늦지 않기 위해 서두르다 보니 아침잠이 줄어든 덕분이다.
입학 전 프로그램은 오전 8시 40분부터 시작했지만 설레는 마음에 등교시간을 조금 앞당겼다. 독서를 하거나 배울 내용을 미리 보려 아침 단잠을 포기하고 일찍 도착했지만 교실에는 훨씬 이전에 온 학생들이 더 많았다. 시간표는 빼곡했다. 국어, 영어, 수학을 중심으로 낮 12시 30분까지 하루 5시간씩 진행된다. 2주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프로그램은 알찼다. 단순히 국어, 영어, 수학 과목들을 선행학습하는 게 아니라 고교 수업과 생활에 적응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공식이나 영어 단어 암기보다 효율적인 공부방법을 소개하고 문제에 접근하는 다양한 생각을 열어주는 식이다. 학교 측은 입학 전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방학 중인데도 7명의 교사를 학교로 불러냈다. 일정 속에는 변화된 입시체제와 입학사정관제도, 효율적인 학습방법 등에 대해 외부강사를 초청, 강연하는 시간도 포함시켰다.
예비 신입생들을 입학 전에 학교로 불러모아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은 다사고가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기숙형 공립고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일반계고에 앞서 학생 선발을 일찍 마무리를 지으면서 시간적 여유가 생긴데다 기숙형 공립고 지정을 계기로 명문고로 도약하겠다는 학교 측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이수열 교감은 "우수한 학생들이 다사고를 선택한 만큼 학교도 학생들의 기대에 맞게 뭔가 다른 내용을 보여줘야 한다는 각오로 준비했다"며 프로그램 운영의 취지를 설명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참여 여부는 전적으로 학생들에게 맡겼지만 185명 예비 신입생 중 캠프나 연수 등에 참여하느라 빠진 몇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신청했다. 그래서인지 4일 찾아가본 수업시간은 정규 수업의 딱딱함보다는 한결 자유스러운 분위기였다. 그 속에서도 학생들은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뒤처지지 않기 위해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허예은 양은 "앞으로 함께 공부할 친구들을 미리 만나보고 여럿이 같이 공부하다 보니 학습의욕도 높아졌다"며 "무엇보다 내 실력을 가늠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 좋았다"고 했다.
임호인 교사는 "고교 입학에 앞서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고 목표를 정해 체계적인 계획을 세운다면 입학 후 여유 있는 생활이 가능해진다"며 "앞으로 학생들의 배우려는 노력과 교사들의 열정이 보태지면 명문고로 도약하는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포산고-학습능력 향상, 공동체의식까지 쑥쑥
2008년 기숙형 공립고에 선정된 포산고(대구 달성군 현풍면)는 예비 신입생을 아예 기숙사에 입소시켜 2주 동안 입학 전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학교 측은 생소한 기숙사 생활을 미리 경험함으로써 학교 생활 적응을 돕고 학업 성취도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달 18일부터 29일까지 11일간 운영된 '신입생 입학 전 특별수업 프로그램'은 국어, 영어, 수학 과목에 물리, 논술까지 보태졌다.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학교는 외부 강사를 초청해 수업할 정도로 신경을 썼다. 지난달 20일에는 학생들과 함께 서울대를 견학, 목표의식을 심어주기도 했다. 이런 학교의 노력에 당장 반가운 건 학부모들. 고교 진학이 결정된 후 자녀를 어떤 학원에 보낼지 고민했던 학부모 입장에서는 학교가 고교 학습에 필요한 공부를 시켜주고 고교 생활 적응력까지 길러주니 그야말로 일석삼조다.
2주간 기숙사 생활을 하지만 학생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식사비 8만여원뿐. 김호경 교장은 "중3생들이 고교 선행학습 등 방학을 보내기 위해 300만원 이상을 들여 기숙형 학원까지 다니는 현실인데 학교가 나서서 알차고 수준 높은 교육을 마련해 주니 학생,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김 교장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선행학습 외에도 공동체 생활을 통해 남을 배려하는 마음 등을 길러줘 인성교육 효과까지 거두었다고 설명했다.
예비 신입생들의 열기도 뜨거웠다. 입학예정자 105명 중 104명이 이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서상경 교사는 "고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학습법을 안내하고 적응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은 자기주도적인 학습 방법을 찾는 기회를 주고 기숙형 고교의 특징인 공동체의식까지 길러주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했다.
포산고는 18일, 19일에는 포항 해양수련원에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도 계획 중이다. 여기에서는 학업적성 클리닉을 운영, 학생들의 진로 선택을 도울 예정이다.
명문고 도약을 위한 포산고의 노력은 기숙형 공립고 지정 이후 한층 뜨거워졌다. 지난해 경우 기숙사가 완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입학 전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관광버스를 전세내 대구지역 학생들을 실어 나르는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포산고는 2010학년도 대구지역 중학생 특별전형에서 무려 1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합격생 42명의 평균 내신성적이 상위 1.225%를 나타냈다. 일반전형도 31명 모집에 496명이 지원, 16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이들의 평균 내신도 1.455%였다. 2003년과 2004년 전형에서 정원에 미달하는 수모를 당했던 학교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놀라운 변화였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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