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출신 CEO, 금융계'신화'…이휴원 신한금융투자사장

입력 2010-02-08 08:38:29

고졸·은행노조위원장 출신 최초의
고졸·은행노조위원장 출신 최초의 '금융CEO'라는 새로운 신화를 기록한 이휴원 신한금융투자사장

이휴원(57) 신한금융투자사장은 금융계에서는 '신화'로 통한다.

최초의 고졸 출신 은행장이라는 역사를 만든 라응찬 신한금융지주회사 회장과 신상훈 지주회사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장 등 신한금융그룹에서 고졸 출신의 성공신화는 흔하다.

이 사장은 고졸 출신일 뿐만 아니라 은행노조위원장을 지낸 최초의 '금융CEO'라는 점에서 새로운 신화로 기록되고 있다. 2009년 2월 굿모닝신한증권 사장에 취임한 그는 '증권'을 뺀 '신한금융투자'로 회사명을 바꾸는 파격적인 실험을 시도했다. 증권업계에서 누구도 가보지 않은 투자은행(IB)의 길을 개척하고 있는 그는 금융계에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이 모든 것이 그의 공격적인 경영방식과 도전정신 때문이다. 그는 남이 하던 방식을 따르는 대신 창의적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동지상고밖에 나오지 않은 그가 해외 유학파들이 운집해 있는 정글 같은 금융권에서 CEO로 우뚝 설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신한은행만이 가진 독특한 조직문화가 오늘의 자신을 만든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이른바 삼성의 조직문화와 비견될 수 있는 '신한 DNA'라는 용어에 대해 "신한은 1982년 창업 때부터 학벌을 따지지 않았고 철저하게 능력에 따라 인재를 기용하고 파벌을 차단시켰다"며 "조직에 대한 강한 자부심과 조직 충성도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과 열정, 팀워크와 주인정신으로 진화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픈 마인드'로 스스로 핸디캡을 극복했다고 밝혔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모른다는 걸 솔직히 밝히고 배웠다는 것이다. 영어도 잘 하지 못했다. 대학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그는 말단 행원에서 지점장이 될 때까지 영어를 사용할 일이 거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대신 그는 영업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투자결정 등 판단을 내려야할 때 동물적인 감각으로 정확한 판단력을 발휘했다. 전세계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도 신한은행이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던 것은 IB부문을 맡고 있던 이 사장 덕분이었다. 조선업의 위기에 대해서도 수년 전부터 예견했다. 많은 사람의 반대에도 인천 송도프로젝트에는 수조원을 투자하도록 이끌었고 결과도 만족스러웠다.

이 사장 역시 CEO로서 학벌이나 출신을 따지지 않는다. 굿모닝증권 출신이든 신한 출신이든 상관없이 그는 직원들이 현재 하는 일과 미래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도록 분위기를 만든다.

'파벌 없는 성과주의'와 '능력위주의 인사고과' 및 '투명경영' 이 세 가지를 그는 신한금융그룹의 성장발판으로 꼽았다.

노조위원장 시절 그는 당시 라응찬 행장과 대립각을 세웠다. 자본과 노동이 공존하면서 균형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노조위원장을 물러난 뒤 동기들보다 지점장 승진이 늦었지만 그는 기존 지점장의 성과를 뛰어넘는 탁월한 영업실적을 발휘했다. 그 결과 단대동지점장, 안국동지점장 등을 거쳐 기업고객지원부 영업추진본부장에 올랐고 2004년 대기업과 IB그룹 담당 부행장에 오르기까지 고속승진을 거듭했다.

이 사장은 신한은행 부행장시절 청계천 복원사업을 벌인 서울시에 모전교 건립을 기부했다가 오해를 사기도 했다.

은행맨으로만 살아온 이 사장이지만 그의 고향사랑은 대단하다. 그는 대뜸 "대구경북 사람들은 '우리가 남이가'라고 하면서도 정작 고향을 위해서는 별로 해놓은 것이 없다"며 "호남 사람들에게 배워야 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동해안시대'를 앞당겨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경제의 부흥 등을 고려할 때 서해안시대의 도래를 부인하기는 어렵지만 서해안시대가 도래할수록 오히려 경북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더 커질 것이라는 것이다. 일본과 러시아·중국 등 동북권과 교역을 위해서라도 동해안의 전략적 중요성에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그는 포항과 경주를 통합해 경북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포항을 하드웨어로 삼고 경주의 문화기반을 활용한다면 동해안 시대의 도래를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고향이 포항인 그는 동지상고를 졸업했고 신한은행 창립멤버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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