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떠난 지 다시 40시간 만에 대구에 도착했다. 당초 우려와는 달리 계명대 동산병원 의료봉사단과 함께 무사히 돌아왔다. 하지만 귀국길 내내 의료봉사단원들의 표정은 어두웠고 말이 없었다. 아이티에서 만난 환자들과 현지인들의 얼굴이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대구에서 아이티로 갈 때 이틀이나 걸려 고달팠지만 빨리 현장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은 눈으로 본 비극의 현장이 떠올라 고통스러웠다.
의료봉사단이 진료를 했던 커뮤니티 병원 안팎은 환자들로 넘쳐났다. 어린이들은 다친 팔과 다리의 염증을 치료할 때마다 울음을 터뜨리며 몸을 뒤틀었다. 다친 사람들은 두 눈을 끔뻑이면서 간절한 도움을 요청했다. 의료봉사단은 짧은 일정과 넘쳐나는 환자 때문에 더 많은 의료봉사를 하지 못해 미안해했다.
왼쪽 다리를 절단한 8세 소녀 리날다는 병원 마당에 매트리스를 깔고 생활했지만 표정은 언제나 밝았다. 한국에서 가져간 과자를 주면 반으로 쪼개 나눠 먹자고 했다. 그렇지만 리날다 아버지의 표정은 어두웠다. 아이가 치료받은 후에는 의족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다리를 잘린 환자들은 병원에서 치료받게 해 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목발을 짚고 다시 집으로 갔다가 병원으로 오는 길이 너무 힘들었던 것이다.
병원 밖의 포르토프랭스 시내는 하루가 다르게 활기를 되찾고 있었다. 버려진 시신을 찾아볼 수 없었고, 차량의 통행이 가능할 정도로 도로도 정비됐다. 전통시장에는 생필품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길거리 노점에는 빵과 옷, 음료수, 과일 등이 팔리고 있었다. 하지만 폭격을 맞은 듯한 수많은 건물과 대규모 난민촌의 비위생적인 풍경은 가슴을 아프게 했다.
현지에 있는 동안 한국의 긴급구호 활동가와 의료봉사단, 시민단체 등이 속속 들어왔지만 아이티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식어가는 것 같다. 가족과 집을 잃고 몸을 다친 아이티 사람들의 비극은 이제부터 시작인데 지진 발생 3주가 지나면서 지구촌 가족들의 뇌리에서 잊혀 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 건기로 겨울인 아이티의 가장 큰 걱정은 다가오는 여름이다. 해마다 여름이면 허리케인이 들이닥쳐 큰 수해가 나기 때문이다. 또 지진 뒤 큰비가 내리지 않았지만, 비가 내린다면 대규모 전염병 발병도 우려된다. 아이티의 또 다른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세계인의 도움과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에서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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