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관도 웃게 만든 '웃음의 대학'

입력 2010-02-05 08:41:52

20∼28일 봉산문화회관

검열관은 대본 속의 웃음을 모두 삭제하라고 강요하고, 작가는 공연 허가를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대본을 수정한다. 하지만 웬걸. 대본은 오히려 더 재미있어지고, 검열관은 작품의 재미 속으로 점점 빠져들고 만다.

봉태규 안석환 주연의 연극 '웃음의 대학'이 20~28일 봉산문화회관에서 대구 관객을 찾아온다.

'웃음의 대학'은 일본 최고의 극작가, 미타니 고우키의 원작을 연극 무대로 옮겨온 작품이다. 미타니 고우키는 영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와 '매직 아워'의 원작자·감독으로 국내에도 친숙하다. '웃음의 연금술사'라는 별명답게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내는 이야기 속에 날카로운 현실 인식을 담아내는 실력이 발군이다.

연극 '웃음의 대학'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40년대 일본. 살풍경한 검열실을 무대로 힘든 시대를 살고 있는 관객들에게 웃음을 전달하고자 하는 극단 '웃음의 대학'의 작가와 이 시대에 희극 따위는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냉정한 검열관의 대결이 이어진다.

말끝마다 '공연 불허'를 외치던 검열관이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하고 작가에게 제안하는 대목부터, 연극은 휴머니티를 향해 달려간다. 검열관은 대본을 수정하면서 점차 상상 속의 배역에 빠져들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작가는 감격에 겨워 '스바라시(대단해요)!'를 외친다. 두 사람의 화해는 억지스럽지 않다. 신념을 갖고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걷는 사람에 대한 찬사는 미타니 고우키의 여러 작품을 일관되게 관통하는 메시지다.

2004년 상영된 동명의 영화에서는 일본 국민배우 야쿠쇼 쇼지(일본 영화 '셀 위 댄스'의 남자 주인공)가 검열관으로 출연, 관료적인 표정 아래 열정을 잊지 않는 검열관을 잘 연기했다. 공연 문의 1566-7897.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4시, 7시 30분, 일요일 오후 2·5시(월요일 공연 없음).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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