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장사꾼인가? 어쩌면 다음 몇 가지 이유 때문에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아직 작가의 작품 판매를 위해 노력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없으며(이성적으로 되려고 노력해도 새로운 작품들 앞에 서면 늘 구름 위를 걷듯 무아지경이 된다), 모든 활동 중에서 작품 판매와 수익만을 투철하게 목표의 최우선시하는 프로 근성이 없어서이다. 흔히 사업하거나 돈 번다는 사람들의 공식으로 치부 당하는, '공적으로 하는 활동을 통해 적당히 사적 이익을 도모'하려 한 적은 없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그렇다고 장사꾼이 아닌가? 그렇지도 않다. 내가 사랑해 팔기 싫을 정도로 좋아하는 작품이라도 애호가의 구매 요청을 거절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또한 어쩔 수 없이 애장품을 팔기도 하지만 "좀 싸게 사자"며 할인을 원하는 컬렉터의 청을 적당히 설득하면서도 값은 받아낸다는 점에서 그렇다.
뭔가 남다른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듯 하면서도 결국은 작품을 팔아 화랑 살림의 모든 것을 수행한다. 미술계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남다른 가치 발견과 새로운 연구로 늘 하루하루를 보내려 노력하는 나는 일전 공감했던 모 미술잡지 편집장의 올곧은 글을 떠올린다. 그간의 생각을 모아서 올곧은 장사꾼이 되기 위해 미래에 고민하고 성취해야 할 가치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정리한 적이 있는데 그 중 대구 미술, 나아가 한국미술의 미래를 대비해 나와 갤러리 식구들이 앞으로 고민하고 성취해야 할 가치들은 어떤 것이 있을지 열 가지를 골라보았다. 첫째는 한국 미술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고민과 실질적 조타 역할의 발견이며, 둘째는 자기반성을 토대로 한 성찰과 고민, 셋째가 각자의 자리에서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 및 옳은 것의 발견 혹은 추구, 넷째는 내가 프로모션하는 미술가와 역사의 한 페이지를 함께 쓸 것이라는 사명감이다. 다섯째는 식지 않는 열정과 도전 정신이요, 여섯째가 강철 같은 자존감, 굴하지 않는 자존심, 미적 순수의 갈망을 잃지 않는 것이다. 일곱째가 비판과 자유, 시대의 선각자인 예술가를 수용·지원한다는 자부심이며 여덟째는 변덕 심하고 약점 많은 컬렉터의 선택에 흔들리지 말고 새로운 예술사를 쓴다는 사명감과 소신으로 컬렉터를 이끄는 것이라 할 것이다. 아홉째는 자기 위치에서 모든 것을 혁신하겠다는 능력의 함양과 의지의 고양, 마지막 열 번째가 모험심을 바탕으로 한 창의성의 획득이다.
이제 국제적인 장사꾼이 되려 하는 나는 '글로벌리즘과 로컬리즘의 상생'을 위해 세계가 하나로 통합되려 할수록 지역의 개성을 정확하게 진단하면서 '노마디즘'(nomadism)적 사고와 행동을 탐구한다. "성을 쌓고 사는 자는 반드시 망할 것이며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갤러리소헌 대표 원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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