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최장수마을] ④장수면 '이름값'…영주시 장수면 성곡리

입력 2010-02-04 09:52:20

영주시 장수면 성곡리 어르신들이 마을 앞 구름다리에서 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영주시 장수면 성곡리 어르신들이 마을 앞 구름다리에서 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중앙고속도로 영주IC를 빠져나오자 잘 닦인 왕복4차로 도로가 펼쳐져 있다. 10여분쯤 달리면 영주시 장수면 성곡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1일 경상북도 용역 조사에서 북부 장수벨트내 최장수 마을 네곳 중 하나로 꼽힌 마을이다.

예로부터 성곡리는 경북 최장수 마을로 이름나 있는 곳이다. 성곡리 120가구 중 65세 이상 어르신만 120명이다. 이곳에선 90세 시어머니와 칠순 며느리가 하수오를 손질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70년 찰떡궁합을 이어가는 부부(96세, 88세)도 있다.

성곡리(1·2리)는 또 과거와 현재가 공존해 있는 모습이다. 아랫마을(성곡1리)엔 잘 단장된 보건소가 눈에 띈다. 마을 중앙을 관통하는 실개천과 그 위를 가로지르는 아치형 다리가 이색적이다. 다리 너머에 있는 정자도 운치를 더하고 있다. 잘 가꿔진 신식 농촌 풍경이다.

마을 경로당 안에선 작목반 회의가 한창이다.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 30여명이 둘러 앉아 하수오, 생강, 황기 등 마을 특산물에 쓰일 농사 재료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황위락(65) 할아버지는 "이 동네는 특용작물을 많이 재배하기 때문에 항상 주민들 의견을 모아 더 나은 방법이 있나 없나 따진다"며 "80세가 넘은 어르신들도 귀가 밝고 기력이 좋아 의견을 많이 내놓는다"고 말했다.

오솔길을 따라 윗마을(성곡2리)로 향했다. 마을 어귀에 자리한 성황당, 집 뒤편을 초록으로 물들인 대나무, 집집마다 쌓여 있는 장작더미까지 전형적인 70년대 시골 동네다.

산비탈을 따라 층층이 나 있는 밭에선 한 할머니가 쪼그리고 앉아 있다. 까만 비닐이 덮여 있는 고랑을 넘나들며 호미질 삼매경이다. "봄이 코앞인데 부지런히 몸을 놀려야지 모종이 실해지지." 머리에 수건을 두른 전종임(76) 할머니는 고개 한번 들지 않고 피(잡초)를 뽑고 있다.

이재일(73) 할아버지는 "80세가 넘은 노인들도 손수 경운기를 몰고 다니며 농사를 짓는다"며 "열 마지기가 넘는 전답을 혼자 일구는 90세 어르신도 있다"고 말했다.

성곡리 장수 요인 또한 깨끗한 물과 맑은 공기다. 말이 달리는 모습을 닮았다 해 이름 붙여진 주마산(走馬山·544m)이 마을 허파 역할을 하고 있고, 청정수 옥계천과 우곡천 지류가 유유히 흐르고 있다. 특히 어르신들은 하수오, 생강, 황기 등 일 년 내내 약용작물을 재배하며 왕성하게 활동한다. 근면한 노동이 보약인 셈이다.

김성환(성곡2리) 이장은 "오래 살아 장수면이란 지명이 붙었는데 장수면 중에서도 성곡리 어르신들이 가장 오래 건강하게 사신다"며 "물이 좋고 산이 좋으니 주마산 화강암이 동양 최고란 소리를 듣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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