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자동차의 대규모 리콜 결정 이후 외신들은 "일본의 모노즈쿠리가 흔들리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우리말로 '물건 만들기'쯤으로 번역되는 모노즈쿠리(物作り)는 메이지 유신 이전에는 음력 1월 15일 또는 그 전후에 모형의 농기구나 버드나무 가지 따위에 누에고치 모양의 과자를 단 설날 장식용품 등 축하행사에 사용되는 장식품을 만들거나 논이나 밭을 경작하는 것 또는 경작하는 사람을 가리켰다.
메이지 유신 이후 공업화가 진전되면서 모노즈쿠리는 'manufacturing'(제조)과 같은 뜻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노즈쿠리에는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다. 곧 '혼신의 힘을 다해 최고의 물건을 만든다'는 뜻이다. 그래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말을 manufacturing으로 번역했지만 최근에는 그냥 '物作り'라고 표기한다.
모노즈쿠리가 언제부터 일본 제조업의 정신적 지향으로 자리 잡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일본 내 일부 논자들은 태평양전쟁 초기 무적이었던 전투기 제로센(零戰)과 당시 세계 최대의 전함이었던 야마토(大和)의 제작을 그 연원으로 꼽기도 한다. 야마토는 항공기가 해전의 중심 전력이 된 시대 흐름을 거스른 대함거포(大艦巨砲)주의의 산물이었다. 야마토 함상에서 진주만 공습을 지휘했던 야마모토 이소로쿠 제독도 "세계에서 가장 어리석은 건축물은 만리장성과 피라미드, 그리고 야마토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일본은 야마토를 건조하면서 부딪힌 수많은 기술적 한계의 극복이란 값진 자산을 건졌다. 이는 2차 대전 후 일본이 모노즈쿠리 대국으로 성장하는 기반 조성에 일조했다. 당시 현장 책임을 맡은 니시지마 료우지는 기술진을 이끌고 제조 현장과 밀착해 기술적 난관을 발생 즉시 하나하나 극복해 나갔다. 이처럼 엔지니어와 생산 현장이 밀착해 고도의 통합형 제품을 만들어가는 전통은 뒷날 도요타 생산 시스템으로 이어지는 길을 이끌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대량 리콜로 '일본이 만들면 다르다'는 믿음에 균열이 가고 있다고 하지만 "일본이 모노즈쿠리를 버리고 다른 길로 가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는 게 '일본 주식회사'의 확고한 생각이다. 모노즈쿠리는 내가 최고라는 자부심이자 불량품으로 소비자를 속이는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는 양심의 표현이다. 그런 점에서 '모노즈쿠리의 쇠락'은 성급한 예단일 수 있다.
정경훈 논설위원 jghun31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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