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시 현금과 어려운 부동산 올인은 금물
소문이 흉흉합니다.
"어떤 은행이 올 초 인사에서 직원 명퇴를 시켰는데 1959년생까지 내보냈다더라" "어떤 보험사는 1960년생을 바로 집에 보내더라."
대다수 월급쟁이들에게 그야말로 살 떨리는 얘기입니다. 대구에서는 가장 괜찮은 월급쟁이에 속하는 최홍석(가명·55)씨도 이제 직장을 곧 떠나야 합니다. "가진 돈을 털어 상가를 산 뒤 세를 받아 살까?" "금융회사의 연금에 가입해 노후생활을 할까?" 최씨는 요즘 고민입니다.
계명대 재무상담클리닉센터·한국투자증권과 함께 최씨의 노후를 점검해 봤습니다.
◆상가 '올인'은 바람직하지 않다
내년부터 우리나라의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들이 본격적으로 은퇴를 시작한다. 1955년생인 최씨(55)는 내년에 은퇴를 한다. 그동안 베이비붐 세대니, 은퇴니 하는 말을 남의 일로만 생각했는데 막상 자신이 은퇴를 앞두고 있으니 최씨는 고민이 많다.
당장 내년에 퇴직을 하면 매월 꼬박꼬박 받던 월급이 없어진다. 최씨의 현재 자산은 2억3천만원짜리 아파트 한채와 금융자산 2억8천만원, 그리고 퇴직금 1억5천만원이다.
은퇴를 목전에 둔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들 자산은 달랑 아파트 한채가 전부라는데, 최씨는 그나마 형편이 좋은 편에 속한다. 최씨는 아파트를 제외한 현금 4억3천만원으로 상가를 구입해서 월세로 노후생활비를 충당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전 재산을 상가에 '올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만약 자산규모가 더 많으면 부동산과 금융자산에 분산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상가에만 의존해서 노후를 살아가는 경우, 공실이나 임대료 연체 등 예기치 않은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더욱이 부동산 시장의 변화로 팔고 싶어도 처분이 안 되면 그야말로 낭패다.
◆은퇴 후 자산관리는 안정성과 유동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은퇴 후 자산관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은 안정성과 유동성이다. 은퇴 후는 적극적인 자산형성기간이 아니라 효율적인 자산사용기간이다. 만약 공격적인 포트폴리오를 짰다가 실패를 하게 되면 다시 회복할 시간이 많지 않다.
그러나 은퇴 후라 하더라도 수익성을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렵다. 노후가 너무 길기 때문이다. 55세인 최씨의 노후기간은 남자의 기대수명인 76세로 계산하면 앞으로 21년이다. 52세인 부인을 기준으로 할 때 여자의 기대수명인 83세로 계산하면 무려 31년이라는 긴 세월이다.
미리 은퇴에 대한 준비 없이 살아온 최씨 부부에게는 앞으로 30년간 자산을 유지할 수 있는 자산배분전략을 짜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저금리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베이비붐 세대들에게는 안정성 못지 않게 수익성도 무시할 수 없다. 퇴직 후 금융자산 4억3천만원 중 CMA에 2천만원, 정기예금에 2억1천만원, 주식형펀드에 1억원, 일시납 변액연금보험에 1억원을 넣을 것을 권한다. 변액연금보험은 연금지급개시시점에 투자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납입원금은 보장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투자자산은 주식형펀드 1억원이다. 안전자산 대비 투자자산 비중 23%라는 포트폴리오는 큰 손실 가능성을 줄이면서 장기적으로 예금금리에다 알파의 수익률을 더 낼 수 있다.
◆월급처럼 매달 수입 창출이 중요하다
은퇴 후 자산관리의 어려움은 과연 얼마나 오래 살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먼저 생활비를 최대한 줄일 것을 권한다. 최씨 부부와 상담한 결과, 현재 250만원의 생활비를 은퇴 후에는 170만원으로 줄이기로 했다.
은퇴 초기 운용자산에서의 과다한 인출은 금물이다. 종자돈이 줄어들면 그만큼 장기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자산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은퇴 후 매월 일정 수입이 들어오는 연금자산이 중요하지만 미리 은퇴준비를 하지 못한 최씨에게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최씨의 연금자산은 60세부터 국민연금에서 지급받는 월 70만원이 전부. 일시납 변액연금보험에 1억원을 넣은 뒤 65세부터 연금으로 지급받을 경우, 매월 100만원(연금개시 전 투자수익률 8%, 연금개시 후 공시이율 5.2% 가정)을 받게 돼 국민연금과 합치면 매월 170만원의 고정수입이 생기게 된다. 노후생활이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연금을 받기 전엔 1년치 생활비에 해당하는 2천만원을 CMA에 넣어놓고, 나머지는 정기예금으로 굴린 뒤 1년이 지나면 정기예금에서 다시 1년치 생활비를 CMA로 옮기는 방식으로 운용하면 된다. 생활비 조달에 무리가 없는 수준에서 후순위채권 등 장기지만 고금리 금융상품에도 관심을 가져봄 직하다.
◆일자리를 찾아보고 주택연금도 고려해야
미국이나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들은 은퇴 후 일자리에 적극적이다. 은퇴 후 안락한 노후생활을 꿈꿔 왔지만 노후기간이 너무 길어지면서 현실은 달라졌다. 당장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월급만큼 안정적인 재테크는 없다. 그러나 일을 하고 싶어도 마땅한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눈높이를 조금 낮춰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필요하다. 월급은 많지 않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으면 생활에 활력도 생기고 건강유지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게 하더라도 노후자금이 모자라면 주택연금도 고려해야 한다. 주택연금은 주택을 담보로 매월 생활비를 받고 사망 시에 주택을 처분해서 대출을 갚으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집 한채라도 자녀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앞으로는 자식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노후를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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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정 센터장 계명대 교수/ 김성숙 부센터장 계명대 교수/ 허수복 부센터장 계명대 강사/ 최창집 전문위원 한국투자증권 대구지점장/ 배재수 전문위원 진강건설㈜ 대표/ 심진오 전문위원 마루에셋 대구PB팀장/ 윤병구 전문위원 마루에셋 대구PB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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