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들의 침묵'의 조나단 드미는 원래 수의사가 되려다가 영화로 선회한 감독이다. 1971년 유명한 감독 로저 코먼의 '죽음의 가면'에 참가하면서 저예산 영화에 눈을 뜨게 됐고, 1974년 뉴월드 픽처스의 '여자 수용소'(Caged Heat)로 감독 데뷔했다.
이 영화는 마약 단속에 걸린 소녀가 여성 교도소로 보내지고, 섹스와 고문 등을 자행하는 악랄한 간수와 전기 충격 실험과 약에 취한 재소자들을 강간하는 변태 의사를 피해 탈옥한다는 내용이었다. '여자 수용소'는 스스로 만족할 수 없는 졸작이었고, 이후 오랫동안 조나단 드미를 괴롭혔다.
'영웅본색' '첩혈쌍웅' '페이스 오프' '미션임파서블2'의 오우삼(미국명 존 우) 감독은 26세 때 골든하베스트사의 '철한유정'을 감독하면서 데뷔했다. 그러나 너무 폭력적이고, 저급하다는 이유로 상영금지처분을 받았다. 그 후 그는 10년간을 무명 감독으로 머물면서 졸작에 유치한 코미디물만 만들다가 1986년 '영웅본색'을 통해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세상에 의도된 졸작은 없다. 모든 영화는 대박의 꿈, 걸작의 꿈을 안고 태어난다. 영화감독 또한 데뷔할 때는 모두 거장이 될 것이란 소망과 기대로 시작한다.
1982년 공포영화 한 편이 개봉됐다. 한적한 분위기의 카리브 해변이 배경이다. 침몰한 미국 선박을 조사하기 위해 다이버들이 투입된다. 그러나 다이버들이 괴생명체의 습격을 받고 하나둘씩 죽는다. 거대한 외계 괴물도, 악어나 상어도 아니었다. 작은 물고기였다. 바로 아마존강에 사는 식인 피라냐이다.
남녀 다이버가 잠수복을 벗고 섹스하려다 고기밥이 되는 도입부부터, 민물고기가 바다에서 출몰하고, 또 피라냐가 바닷물에서 돌연변이를 일으켜 날개를 달고 날아다니는 설정 등 어설프기 짝이 없는 졸작이었다. 이 영화의 감독은 28세의 젊은이였고, 호시탐탐 장편영화의 연출 기회를 노리던 B급 공포영화의 특수효과 담당이었다.
처음 그는 부푼 꿈을 안고 촬영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제작사는 이미 영화용 소품을 마친 상태였고, 그에게 건네진 각본도 형편없었다. 소품을 손질하랴, 각본을 고치랴, 촬영 신을 고민하랴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촬영에 돌입한 지 12일 만에 해고 통지까지 받았다. 제작사는 그를 빼고 독단적으로 촬영을 마무리했고, 그는 감독으로서 편집권을 주장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무수한 아류, 모방 공포영화 중 하나였던 '피라냐2'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졸작이지만, 이후 오랫동안 회자되게 된다. 이 젊은 감독이 16년 후 '타이타닉'으로 '나는 세상의 왕이다'라고 외쳤고, 그로부터 12년 후 '아바타'로 또 다시 '왕중의 왕'임을 과시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기 때문이다.
완벽한 시작은 없다. 험난한 과정과 혹독한 시험을 치르면서 옥으로 다듬어진다. 제임스 카메론은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영화 속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보여주었다.
김중기 객원기자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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