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서 민감한 주제로 언론의 취재 대상이 될 만큼 초지일관 어린 소녀의 성적 호감에 매달린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있고, 또한 아찔한 노출의 젊은 소녀의 이미지를 중첩시킨 작품으로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오른 작가도 있다.
현대 물질사회 모순의 일면을 노골적 섹스 행위 묘사로 풍자하거나 비판하는 섹슈얼한 작품으로 관객들을 당황시켰던 이민혁 작가의 작품들은 전시 개막 전에 공감을 받아 팔려나가기도 했다. 섹슈얼한 언어로 재창조한 반항적이고 급진적인 주제는 낯설법도 한데 동시대 자본주의 사회의 욕망과 좌절을 표현하는 그 이면의 성 정치(sexual politics) 미학의 담론을 제대로 읽은 것으로 보인다. 어쩌랴, 철학자 쉴러(Schiller)는 "너의 행동과 예술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면, 그 중 몇 명만 만족시켜라. 많은 사람을 만족시키는 것은 나쁜 짓이다"라고도 말했으니.
2009년은 '노출'이란 키워드가 시대적 흐름과 대중의 열광이라는 '좋은 때'를 만나 순수미술계든 대중 연예계든 가리지 않고 흔들었다. 그러나 미술에서의 노출은 대중적 권태와 불만의 표현을 야유하듯 배설하는 '섹슈얼 아트'로서 즉물적이고 현상적인 우리 세태를 비꼬기 위함이었다. 반면 '소비'가 쟁점으로 떠오른 후기 자본주의의 등장과 현대의 '성정치'론의 급속한 파급으로 소비의 촉진을 위해서 '필요'보다는 '욕망', 그것도 대부분 성욕과 관계되어 부추기는 2009년의 노출 트렌드는 좀 다른 것인가? '초콜릿 러브'를 불러대는 시원한 각선미의 소녀시대는 하얀색과 연분홍 일색인 의상, 단화 차림에 앞가르마 탄 긴 생머리에 더해 율동에 따라 사타구니가 노출될 법한 스커트 길이가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유지하는 것으로 아저씨들의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섹시 의상, 카라의 엉덩이춤, '꿀벅지'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애프터스쿨의 유이는 아찔한 각선미가 부각되는 짧은 스커트나 핫팬츠로 각기 '섹시' 타이틀을 얻고 '노출 신드롬'을 일으켰다. 자극적으로 섹시하고 요염한 자태를 보여주고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은 작위적 청순미와 키치적 섹스 상술이 혼재되어 있는 '섹스 어필'이다. 소녀시대 '윤아'와 동갑내기 스포츠 스타 '김연아'의 경우 성적 매력과 연관시킨 기사를 찾기는 어렵지만, 밀착된 유니폼이 드러낸 소녀의 곡선미는 피겨 스케이팅의 본질인 곡예의 감동을 압도하는 힘이 있다. 성적 매력을 코드로 삼는 숱한 아이돌들을 능가하는 '섹스어필'이다. 굳이 조심스레 귀여운 '국민 요정'으로 부르는 이유는 미성년자의 성적 매력은 발설조차 해선 안 된다는 뒤틀린 성윤리의 억압이다. '노출'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본질을 돋보이게 하는 부분으로서 적정선을 지킨다면 '섹시해야 통한다'는 인기의 법칙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원창호 갤러리소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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