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용의 인턴십 다이어리-#16. 뉴욕의 특이한 건물들
뉴욕 생활을 정리해야 하는 때가 다가오고 있다. 아직까지 못 한 일들이 수만 가지가 넘고 걷고 싶은 거리와 남기고 싶은 사진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문득 깨닫는다. 남은 시간 동안 방문자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리라 마음먹었다. 지금까지 돌아다닌 곳들을 확인하고 빠진 곳들을 살펴보려고 사진폴더를 열어 살피던 중 문득 뉴욕의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건물 사진만 한 폴더에 옮겨 살펴보니 뉴욕에는 정말 다양한 인종과 문화만큼이나 건물 또한 각양각색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뉴욕은 가는 곳마다 마치 다른 나라와 다른 시대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한 곳에서 이토록 다양한 시대와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도시가 또 있을까. 타임스퀘어가 21세기라면 뉴욕 대학(NYU) 주변은 18세기를 연상케 했고, Meet packing 거리를 지날 때면 미국의 뒷거리를 걷는 느낌이 들었으며 워싱턴 스퀘어 파크의 아치형 공원입구 건물을 볼 때면 예술의 도시 파리에 온 느낌이 든다. 미드타운 쪽의 러시아 정교의 예배당 건물을 보면 또 여기가 어딘가 싶다.
한국의 건물, 특히 대구의 건물들은 대체로 단조로운 느낌이 많이 든다. 단조롭다 못해 획일적이다. 옛날 한옥은 저 나름의 예술성을 간직하고 독창적으로 지어졌지만 근대에 들어서면서 우리 건축미학은 사라진 느낌이다. 한국 건물의 단조로움은 단일 민족의 문화라는 요소와 보수적인 성향으로 인한 것이 아닐까. 반면 전 세계 인종들이 다 모여 서로의 개성을 중시하고 존중해 주는 뉴욕의 문화가 이처럼 다양하고 아름다운 건물들이 세워지는 데 바탕이 되지 않았나 싶다. 또 우리나라에 비해 이곳에서는 건물 시공 기간이 길고 안정적으로 작업을 하기 때문에 부실공사가 적고, 따라서 내구도가 상승해 오래된 건물들이 잘 보존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30~40년만 지나도 리모델링을 해야 하니 말이다.
뉴욕의 대표적인 건물들은 호텔 건물이다. 영화 '나홀로 집에 2'의 배경이 된 뉴욕 플라자 호텔은 1907년에 건축돼 1969년엔 뉴욕시에서 랜드마크로 지정한 100년 넘은 역사를 지닌 유서깊은 건축물이다. 이 호텔뿐만 아니라 교회, 호텔, 심지어는 일반 집들도 100년이 넘은 건물들이 수두룩한 것이다.
건물의 외벽도 다양하고 화려하다. 197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보면 거리에 그래피티가 가득한 모습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 직접 와서 보니 그런 광경을 별로 볼 수 없었다. 하지만 7번 지하철을 타고 퀸즈에서 맨해튼을 향해 가다가 그래피티가 가득한 건물들을 발견했다. 거리 한 블록 전체가 그래피티로 뒤덮인 건물들을 바라보며 무엇이든 예술가들의 도화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세계 많은 도시들이 그렇듯, 뉴욕 또한 그래피티를 허가 없이는 할 수 없다고 한다. 아마추어들의 좀 더 자유로운 표현들이 궁금했던 나는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그래피티로 뒤덮인 건물들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집은 사람뿐만 아니라 사람의 삶과 영혼을 담고 있다. 그 도시의 건축물들은 그 도시의 생각과 삶을 한눈에 보여주며 사람들의 마음도 함께 움직인다. 도시의 살아있는 제3의 구성원인 셈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 특히 대구의 단조로움은 참 안타깝다. 중국 어느 도시는 같은 모양의 건물은 아예 짓지 못하도록 했단다. 억압적인 규정이긴 하지만 그 덕분에 창조적이고 다양한 건물들이 지어질 수 있었다. 단지 공사비만 생각한 우리나라의 직사각형의 건물들은 지루하고 하품이 난다. 좀 더 창의적이고 파격적인 건물들을 볼 수는 없을까? 그 건물들의 파격은 아마 사람들의 삶에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끼칠 것이다.
특히 유럽은 오래된 옛 건물과 새로운 건물들이 조화를 이룬 곳으로 인상 깊다.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 앞으로 100년 동안 도시를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건물을 지을 수는 없을까? 뉴욕의 한복판에서 대구의 건물을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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