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새댁 웃음꽃 '찰칵'…방천시장 행복사진관

입력 2010-01-28 09:39:49

27일 한 다문화가족이 대구 중구 방천시장에 마련된 행복사진관에서 가족 사진을 찍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27일 한 다문화가족이 대구 중구 방천시장에 마련된 행복사진관에서 가족 사진을 찍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27일 오후 1시 대구 중구 방천시장 행복사진관.

한껏 멋을 낸 부부가 카메라 앞에서 아이들과 함께 함박웃음을 터트린다. 넥타이를 하고 꽃신을 신은 꼬마 신사·숙녀도 '까르르' 웃는다.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이들도 미소 짓기 연습에 한창이다. "입술 색이 너무 찐해?" 어눌한 한국말로 남편에게 몇번이고 묻는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자 15㎡ 남짓한 사진관에 웃음꽃이 활짝 핀다. 사진작가들도 덩달아 신이 난다. '곰 세 마리' 동요에 율동까지 곁들이며 자연스런 웃음을 유도한다. 사진관 한쪽의 무쇠난로 열기만큼이나 훈훈하다.

이곳 행복사진관은 이름 그대로 행복을 찍어내는 곳이다. 중구청 '방천시장 예술프로젝트 사업'으로 지난달 15일 개관해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들의 장수사진, 외국인 근로자 및 다문화가족 사진 등을 무료로 촬영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27일엔 설맞이 다문화가족 사진 촬영 행사가 열렸다. 결혼이민여성들은 이날 촬영한 가족 사진을 고향 나라 부모님께 보내드릴 예정이다.

서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후원한 이날 행사는 인기 만점이었다. 오전 11시부터 쉴 새 없이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더니 2시간 만에 다문화가족 20여 가구가 촬영을 마쳤다.

남편, 아들과 함께 사진관을 찾았다는 중국 결혼이민여성 주향단(26·여·서구 평리동)씨는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잘생긴 아들의 사진을 꼭 보내 드리고 싶었다"며 "가족사진도 거실에 번듯하게 내걸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 시집온 이사벨(45·여·서구 원대동)씨는 "카메라 앞에서 이역만리 고향집 문을 두드리는 기분"이라며 들떠 있었다. "빨리 사진을 보내드리고 싶어요. 세명의 손자를 보면 필리핀에 계신 어머니가 얼마나 기뻐하실지…."

이날 행사엔 경일대학교 뷰티과 학생 3명이 지원사격에 나선 터라 더욱 흥이 돋았다. "꼭 결혼식 때 메이크업을 받는 기분이에요."

백종우(26·경일대 뷰티과 4년)씨는 "메이크업을 받는 동안 웃고 즐기는 결혼이민여성들 때문에 덩달아 미소짓게 된다"고 말했다.

행복사진관 양성철(대구산업정보대학 사진영상과 교수) 대표는 "다문화가족이 이렇게 많이 찾을 줄 몰랐다"면서 "낯선 땅에서 밝은 모습으로 생활해 가는 결혼이민여성들의 미소를 사진에 담을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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