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자 읽기]여고생의 치맛단

입력 2010-01-27 08:34:43

김민서 지음/휴먼앤북스 펴냄

▨여고생의 치맛단/김민서 지음/휴먼앤북스 펴냄

치맛단 길이에 목숨 거는 여고생들. 그걸 줄여봐야 얼마나 줄일 것인가. 그럼에도 여고생들은 학교 문을 나서는 순간 허리춤을 접고 또 접어 치맛단을 단 1㎝라도 더 줄이려고 안간힘을 쓴다. 수업을 마치고 학교에서 집까지 가는 30분 동안 '인연?'을 만나면 얼마나 대단한 인연을 만나겠다고 치맛단을 줄이고, 가방에 숨겨뒀던 웃옷 사복을 꺼내 입고, 입술에는 립스틱을 바르는 것일까. 어른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치맛단을 줄이지 못해 안달인 아이들은 불량소녀들일까? 아니다. 그들은 다만 찬란한 십대를 좀 더 예쁘게 보내고 싶은 소박한 욕망을 간직하고 있을 뿐이다.

죽어도 살아도 압구정동에서 살고, 죽고 싶은 20대 여성의 이야기 '나의 블랙 미니 드레스'를 통해 20대 여성의 심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던 작가 김민서는 이번에는 여고생의 치맛단을 통해 남자와 여자의 차이, 허위의식, 미래에 대한 두려움, 어른들은 이해하기 힘든 아이들의 심리를 맛깔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을 쓰기 위해 작가는 수많은 여고생들을 직접 인터뷰했고, 오래 모니터 했다. 십대들만의 현실적 고민과 철학이 작가의 톡톡 튀는 문장과 흡인력 있는 문장을 통해 잘 드러난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2009 청소년 저작 발굴 및 출판지원사업 당선작이다. 251쪽, 1만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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