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대구는 '뮤지컬 전쟁'

입력 2010-01-26 07:53:56

대구에서는 2월부터 흥행 뮤지컬 4편이 잇따라 공연된다. 사진위부터 모차르트, 헤드윅, 오버 라만차, 헤어스프레이.
대구에서는 2월부터 흥행 뮤지컬 4편이 잇따라 공연된다. 사진위부터 모차르트, 헤드윅, 오버 라만차, 헤어스프레이.

'2월, 뮤지컬 전쟁이 시작된다.'

공연 비수기로 생각돼 온 2월. 그러나 이런 '전통'이 올해만큼은 통하지 않는 것 같다. 흥행 뮤지컬 4편이 대구에서 같은 달 막을 올리기 때문이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생을 그린 '모차르트', 돈키호테의 작가 세르반테스를 주인공으로 한 '맨 오버 라만차', 성전환자 록 가수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룬 '헤드윅', 못생긴 여주인공의 유쾌한 성공기를 그린 '헤어스프레이'까지. 저마다 스타들을 앞세웠고, 개성이 넘쳐 어느 한 편을 고르기 힘들다.

◆모차르트 vs 맨 오버 라만차

2월 26일~3월 7일 계명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리는 '모차르트'는 국내에서는 처음 소개되는 오스트리아 뮤지컬. 살리에르와의 대결을 떠올리기 쉽지만, 뮤지컬 '모차르트'에서 모차르트와 그 아버지 레오폴드와의 갈등을 중심으로 한 천재의 인간적인 고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18세기 오스트리아 빈. 궁중 지휘자인 레오폴드 모차르트의 아들 아마 데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대주교의 명을 받아 작곡을 하지만, 그 생활에 염증을 느낀다. 아버지는 명성과 향락에 젖은 아들과 결별하고, 볼프강은 정신적 혼란에 빠진다. 천재 아마 데와 고뇌에 찬 청년 볼프강의 분열된 자아상의 대비가 돋보인다. 클래식과 록이 결합한 음악, 유럽 궁정을 대표하는 화려한 의상이 볼만하다. 임태경, 박은태, 박건형, 민영기, 서범석 등 출연. 053) 256-2228.

2월 26~28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하는 '맨 오버 라만차'는 세르반테스의 명작 '돈키호테'를 원작으로 했다. 배경은 스페인의 어느 지하 감옥. 신성 모독죄로 감옥에 끌려온 세르반테스는 죄수들과 함께 감옥 안에서 즉흥극을 벌인다. 라만 차에 살고 있는 알론 조는 기사 이야기에 심취한 나머지 자신을 돈키호테라는 기사로 착각하고 시종인 산초와 모험을 찾아 떠난다. 풍차에 달려들고, 여관을 성이랍시고 찾아가고, 하녀를 아름다운 여인이라며 무릎 꿇는 그의 모습은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 받는다. 돈키호테는 거울에 비친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깨닫고 절망하지만, '이룰 수 없는 꿈'(The Impossible Dream)을 부르며 힘차게 일어선다. 절박한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돈키호테의 모습이 지금 우리네 삶을 뒤돌아보게 한다. 류정한, 정성화 등 출연. 053) 762-0000.

◆헤어스프레이 vs 헤드윅

2월 15~21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선보이는 뮤지컬 '헤어스프레이'는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2003년 토니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한 연출상, 원작상, 음악상, 남녀 주연상 등 8개 부문의 수상을 휩쓸었다. '헤어스프레이'는 외모는 볼품없지만 마음씨와 노래 실력만큼은 최고의 꿈 많은 10대 소녀 트레이시의 명랑 성공기다. 배경은 1960년대 미국 볼티모어. 트레이시는 부풀린 머리에 뚱뚱한 몸매이지만 춤추기를 좋아하는 밝은 소녀다. 그녀의 소원은 인기 TV쇼 '코니 콜린스 쇼'에서 선발하는 '미스 탄 에이져 헤어스프레이'에 뽑히는 것. 가당찮은 꿈이라는 주위의 비웃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트레이시는 어머니의 믿음과 친구들의 지원에 용기를 얻어 도전에 나선다. 과연 그녀는 성공과 사랑, 두 가지를 안을 수 있을까. 트레이시 역에 방송인 박경림이 캐스팅됐고, 개그맨 문천식이 트레이시의 엄마 에트나 역에 출연한다. 1599-1980.

2월 26, 27일 수성아트피아에서 공연하는 '헤드윅'은 성전환자 록 가수 '헤드윅'을 주인공으로 한 콘서트 형식의 뮤지컬. 조승우의 국내 초연 이후 파격적 소재와 강렬한 음악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동독 출신의 헤드윅은 성전환에 실패해 여자도 아니고 남자도 아닌 인물. 믿었던 남자에게서 배신을 당한 그녀는 상처를 이기기 위해 '성난 1인치' 뜻의 '앵그리 인치'라는 밴드를 결성한다. 헤드윅은 남편 이츠학과 함께 세상의 편견을 향해 자유를 외친다. 다소 과격한 소재인 듯싶지만, 헤드윅의 잔잔한 모놀로그로 이어지는 무대는 감동적이다. 조승우, 송창의가 배역을 맡아 인기를 얻었던 헤드윅 역에는 대한민국 대표 로커 윤도현이 출연한다. 1599-2005.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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