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이스라엘 분쟁은 기원전부터 시발된 긴 역사적 배경에 복잡다기한 국제 정치경제 이해관계가 더해져 네 차례 전쟁까지 주고받았던 숙명적인 대립이었다. 그런데 1967년 이스라엘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제3차 중동전쟁은 정치학자나 군사전문가들뿐 아니라 협상학자에게도 교훈을 준 사건이었다.
이스라엘은 개전 나흘 만에 시나이반도를 점령했고 국제사회 개입으로 곧바로 정전이 실현됐다. 이집트는 1970년 4차 중동전쟁을 일으키지만 시나이반도를 되찾지는 못했다. 이스라엘에 점령된 시나이반도가 다시 이집트에 반환된 것은 1979년 카터 미 대통령이 중재한 이집트-이스라엘 평화조약 덕분이었다.
그때까지 이집트는 시나이반도를 한 치도 남김없이 모두 반환하라고 요구했고, 이스라엘은 절반만 반환하겠다고 맞서 타협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사실 두 나라의 숨은 욕구는 다른 곳에 있었다. 이집트는 3차 전쟁 패배로 자존심을 상했기 때문에 100% 반환이 아니면 전쟁을 멈출 수 없었다. 이스라엘은 시나이반도에 배치된 미사일 몇 방이면 불바다가 되는 자국 안보 상황이 두려워 도저히 모두 반환할 수가 없었다.
해결책은 이러했다. 이집트의 자존심을 살려 이스라엘은 시나이반도를 100% 반환하고, 이집트는 이곳에서 자국 무기를 모두 철수시키는 한편 UN 주둔군을 두어 상시평화구역으로 유지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협상의 요체는 양쪽의 겉으로 드러난 요구뿐만 아니라 물밑에 잠겨 있는 욕구까지 파악하는 것이다. 자기 입장만 고집해서는 창조적 협상안은 나오지 않는다.
정부의 세종시 원안 수정이 불러온 갈등이 봉합되기는커녕 갈수록 커져만 가고 있다. 정부와 충청권 간의 갈등으로 시작해서 여 대 여와 여 대 야를 포함한 정치권으로, 수도권 대 지방의 지역 간으로, 시민사회단체 간으로 해서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물러서기 어려울 만큼 벼랑 끝 대립 양상이다.
세종시 사태를 촉발한 정부는 행정부처 일부 이전이 불러올 낭비와 비효율의 단면만 내세워 계속 독선적으로 가서는 안 된다. 상대 입장이 되어 야당은 왜 반대하는지, 같은 당내 친박의 반대 이유는 뭔지 생각해 봐야 한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세종시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것 같은 대구경북을 비롯한 다른 지방에서 왜 이렇게 반대 움직임이 거센지를 지방의 입장에 서서 고민해 봐야 한다는 점이다.
이상훈 북부본부장 azzz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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