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영화를 보자] EBS '세계의 명화-북극의 연인들'

입력 2010-01-16 08:00:00

EBS '세계의 명화-북극의 연인들' 16일 오후 11시

안나와 오토는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처음 만난다. 두 사람은 처음 만난 순간부터 서로가 강한 인연의 끈에 매달려 있음을 느끼고, 이 인연의 끈은 17년의 세월 동안 이어지고, 결국 불꽃처럼 강했지만 끝내 이루지 못한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는 북극에서 막을 내리고 만다. 영화는 안나가 자동차 사고를 당해 죽어가는 순간, 눈동자에 오토의 모습이 비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것이 두 사람이 실제로 마지막 만남을 이룬 것인지, 아니면 안나의 간절한 바람으로 인한 환상인지는 정확지 않다. 다만 두 사람의 사랑이 결실을 맺지 못하고 불운하게 끝난다는 것만 알 수 있다. 안나와 오토, 두 사람의 내레이션이 번갈아가며 나오면서, 두 사람이 이룰 수는 없지만 끊을 수도 없는 운명의 끈에 엮여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서로를 사랑하게 되지만, 두 사람의 부모님이 결혼을 하면서 고통의 세월이 시작되고, 현실을 벗어난 듯한 세상, 북극에서 마지막 만남을 가지려 하지만 북극도 두 사람의 사랑을 이루어주지는 못한다.

영화의 주제는 시종일관 이룰 수 없는 사랑으로 번민하는 남녀의 심리다.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는 운명적인 사랑, 하지만 그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것이 끝없이 불타오르기는 하지만, 항상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 느낄 수 있다. 어쩌면 만나지 않았으면, 서로를 향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운명의 사랑도 존재하는 것이다. 유년 시절과 사춘기는 물론, 어른이 되어서까지 놓지 못한 그리움으로 세상으로부터 도망치면서까지 사랑을 이루려 하지만 결국 행복한 사랑을 얻지는 못한다.

영화는 주인공들의 이루지 못한 불운한 사랑을 암시하듯, 순차적으로 흐르지 않고, 구성도 일관되게 짜여 있지 않다. 화면 역시 거의 불안정한 각도를 유지하는데, 이것이 이 영화 전체를 하나의 장면 같은 이미지로 각인시키는 듯하다. 다소 산만해 보일 수 있으나, 어쩌면 감독이 진정 의도한 바가 이 산만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집착하지 말아야 할 것에 어쩔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집착을 하면서 겪게 되는 고통, 안타까움이 그 산만함 속에 스며있는 것 같다. 방송 시간 112분.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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