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환자들을 돕는 것은 의료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 아닌가요."
이재수(49) 대구시 수성구 한의사회 회장은 1997년부터 14년째 매주 달서구 월성종합사회복지관을 찾아 무료진료를 하고 있다. 이 회장은 목요일이면 평소보다 일찍 한의원 문을 닫고 복지관으로 향한다. 간호조무사인 부인 이영순(48)씨도 그를 돕는다. 이씨는 남편이 진료하는 동안 발침(침을 뽑는 것)과 부항 뒷처리, 환자 접수 등 온갖 궂은 일을 불평없이 도맡아 하고 있다.
이 회장의 진료를 받는 환자들은 달서구 지역 어르신들이다.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비가 부족해 병원 문턱을 넘기 힘들다. 만성퇴행성질환과 스트레스성 질환을 앓고 있는 60, 70대 어르신들이 많다. 지금까지 이 회장이 무료로 진료한 환자는 2만명이 넘는다.
"목요일마다 진료를 다녀오지 않으면 허전합니다. 무료 진료활동을 갔다오면 목욕탕에 다녀온 것처럼 기분이 상쾌하고 개운해집니다."
어르신 환자들은 이 회장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직접 짠 참기름과 음료수, 과일 등을 갖다 주기도 한다.
이 회장은 "어렵게 생활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화병이 있다"면서 "침을 놓는 것보다 어르신들의 이야기와 넋두리를 들어드리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무료 진료뿐만 아니라 각종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2008년 충남 태안에 기름유출 사고가 났을 때는 한의원 문을 닫고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다녀오기도 했다. 월요일이라 환자가 많은 날이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이 회장은 2004년부터 수성구 한의사회 회장을 맡으면서부터 연말마다 회원들을 대상으로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모금하고 있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무료 금연침 시술을 해주는 것도 건강 지킴이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시민들이 한의사들을 돈 잘 버는 집단으로만 보는 시각이 안타까웠습니다. 시민들에게 건강 전도사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시작한 봉사활동이지만 이제는 스스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저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있는 한 무료진료 봉사활동을 계속할 작정입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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