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는 강기웅, 이동수, 김상엽 등 삼성 라이온즈를 이끈 주역들을 배출한 대구 야구의 한 축이다. 쟁쟁한 선배들의 뒤를 잇는 스타는 '꽃' 이범호(29)와 '브로콜리' 박석민(25). 올해부터 일본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뛸 이범호와 삼성 라이온즈의 중심 타자로 성장 중인 박석민은 각각 모교와 경산 볼파크에서 담금질을 하고 있다.
고교 4년 후배인 박석민처럼 이범호 역시 격의 없고 소탈하다. 장타력을 갖췄고 수비 위치가 3루라는 점까지도 서로 닮았다.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보여준 이범호의 플레이는 '꽃보다 아름다웠다'. 4할 타율에 3홈런 7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른 이범호는 시즌 후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취득, 3년간 최대 5억엔을 받기로 하고 한화 이글스에서 소프트뱅크로 둥지를 옮긴다.
15일 일본으로 떠나기 앞서 이범호는 대구고에서 개인 훈련을 하는 중이다. 모교(수창초교-경운중-대구고) 야구부를 위해 7일 3천만원을 전달한 이범호의 얼굴은 밝았다. "낯선 무대에서 새 출발한다는 긴장감은 없어요. 야구를 할 수 있는 환경도 좋고 이름 있는 선수들도 많은 팀이라 되레 설렘니다. 해보고 싶다는 의욕도 넘치고 지난해 다쳤던 무릎 상태도 괜찮으니 잘 될 것 같네요."
일부 걱정어린 시선에도 불구하고 이범호는 일본 무대 적응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투수들이 제 약점을 철저히 파고들겠지만 저라고 가만히 있겠습니까. 게다가 낯선 건 서로 마찬가지잖아요. 3~5선발 투수들은 충분히 공략이 가능할 것 같고 1, 2선발 투수에게 타율 0.250 정도만 치면 성적도 따라오겠죠. 일단 시즌 144경기 중 130경기에 출장하는 걸 목표로 잡았습니다."
당초 지난 시즌 후 이범호가 고향팀 삼성행을 택하리란 소문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은 박석민이 있어 포지션이 겹쳤고 결국 이범호를 잡지 않았다. "석민이가 절 볼 때마다 '형, 오지 마세요'라고 하더군요. 삼성에선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하잖아요. 부상만 조심하면 대성할 후배가 상대라지만 그래도 제가 선배인데 지면 민망하니 피해야죠." 너스레를 떠는 그의 얼굴에서 웃음꽃이 활짝 폈다.
이범호는 박석민을 피해 도망간다며 웃었지만 박석민이 인정하는 것처럼 공·수에서 아직 이범호가 한 수 위인 것은 사실. "제가 자꾸 삼성에 오지 말라고 말리니까 범호 형은 안 갈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박석민 역시 웃음을 지으며 말문을 열었다. "범호 형처럼 저도 부상 없이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서는 것이 목표죠. 범호 형은 워낙 꾸준하고 자기 관리를 잘 하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낼 겁니다."
신인 시절 배영수, 장준관, 박기혁 등의 자신에 비해 기량 좋은 동기들 그늘에 가렸다고 말하는 이범호. 하지만 박태호 대구고 감독이 밝히듯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성격과 성실함을 바탕으로 스타로 올라섰다. "태어나고 자란 데다 부모님과 많은 친구들이 사는 대구에 애착이 큽니다. 프로 생활을 대구에서 하지 못하고 가는 게 아쉽긴 하지만 고향 분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게 잘 해내겠습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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