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영화를 보자] EBS 일요시네마 '위대한 유산'

입력 2010-01-09 07:22:19

10일 오후 2시40분

소년 핍(안소니 와거)은 누나, 그리고 대장장이인 매형과 함께 살고 있다. 핍은 실연의 슬픔으로 세상과 단절하고 살아가는 늙은 노처녀 해비샴의 저택에서 지내는 대가로 보수를 받게 된다. 음침한 대저택에서 핍은 아름답지만 차가운 소녀 에스텔라(진 시몬스)를 만나 첫눈에 반해버린다. 하지만 에스텔라도 숙녀 수업 차 파리로 떠나게 되고, 핍은 매형의 조수로 일하게 되면서 둘은 오랜 이별을 하게 된다. 세월이 흘러 핍이 어엿한 청년이 되었을 때 해비샴의 법정 관리인인 재거스(프란시스 L. 설리반)가 찾아와 핍이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게 됐다는 사실을 알린다.

누가 남겼는지도 모르는 유산을 상속받은 핍은 런던으로 가서 도시 생활에 적응하며 점차 어엿한 신사가 되어가지만 런던 사교계에 익숙해지면서 지출이 늘어나 빚까지 지는 상황에 몰린다. 그러던 어느 날 낯선 이가 찾아와 유산과 관련된 이야기를 내뱉으며 자신이 유산을 상속한 사람이라고 밝히는데….

셰익스피어와 더불어 영국이 낳은 가장 위대한 작가, 찰스 디킨스의 대표작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원작은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낸 작가 자신의 삶을 고스란히 투영하고 있다. '위대한 유산'은 몇 차례 영화화됐지만, 1946년에 만들어진 데이비드 린 감독의 이 작품은 사회적 요인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과 진정한 인간가치 회복의 과정을 원작에 가장 충실하게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핍과 매그위치, 그리고 미스 해비샴은 모두 성숙의 과정을 겪으면서 과거에 비해 더 긍정적이고 인간적인 모습을 회복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위대한 유산'은 대장장이 소년을 일약 런던 신사로 만들어 주지만, 그 물질적인 힘은 인간의 순수성을 파괴해 버리고, 사랑마저 돈과 지위로 실현할 수 있다는 환상까지 심어준다. 영화는 핍이 물질의 힘을 극복하는 과정, 무시무시한 프롤레타리아 매그위치와 부패한 상류층 미스 해비샴의 인간적인 모습을 통해 인간 본연의 모습에 대해 물으며 '위대한 유산'의 궁극적인 정체를 암시하는 차분한 결말을 보여준다. 감독 데이비드 린은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 '콰이강의 다리'(1958), '닥터 지바고'(1965) 등의 대작을 만든 영화계 거장. 편집기자 출신답게 화면을 예술적 차원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방송 길이 118분.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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