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하지 않는 일처리 음악의 깊이 더해야죠
2008년 인기리에 방송된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를 본 사람이라면 두루미(이지아 분)의 역할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지휘자 강마에(김명민 분)와 단원들 사이에서 중간 역할을 하면서 연습 일정을 조정한다. 단원들과 지휘자의 불협화음이 생길 때면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하며 때로는 행정적인 업무까지 지원해야 한다.
쉬운 것 같아도 쉽지 만은 않은 자리다. 100명이나 되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대표이자 행정, 음악, 인간관계 등 모든 것을 두루 살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오케스트라의 여성 단원들 비중은 높지만 유독 여성총무는 찾아보기 어렵다.
안미경(48) 대구시립교향악단 총무는 지난해 대구시립교향악단 사상 처음으로 여성 총무로 선출됐다. 대구뿐만 아니라 광역시 오케스트라 가운데서도 처음이다. 안씨의 행보를 모두가 눈여겨본 까닭이다.
"어릴 때부터 반의 회장을 도맡아 할 정도로 리드하길 좋아했어요. 결혼 후 남편 뒷바라지만 하면서 사람들 앞에 나설 일이 적었어요. 그래서인지 꼭 해보고 싶었죠. 남편도 흔쾌히 도와주어 가능한 일이었어요."
안씨는 1년간 '합리적인 총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섬세하고 세심한 여성 특유의 감각에다 긍정적인 그녀의 마인드 덕분에 대구시와도 큰 갈등 없이 보냈다. 새로운 지휘자와 보조를 맞추어 시향에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분위기를 만들어갔다. 3월에는 일본 공연도 예정돼 있다. 시향 역사상 처음 있는 해외 공연이다.
"2009년 시향에는 여러 가지 새로운 일이 많았죠. 여성 총무 선출도 그 중 하나고요."
안씨 개인에게도 2009년은 25년간 바이올리니스트와 주부로서 살아가던 일상에서 획기적인 한 해였다. 대구시립교향악단 총무를 맡고 본격적인 사회 활동에 첫 발을 내딛는 한 해였다. 또 사회 봉사를 위한 단체 '우먼스리그'도 만들었다. 사회봉사에 뜻을 가진 40, 50대 주부 20여명이 모인 이 단체는 지난해 2월 발족했다. 시각장애인 합주단을 돕기도 하고 한국예총 대구시연합회나 대구음악협회 행사에 적극 도우미로 나선다.
대구시향 정기회원을 위한 음악회에선 500여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위한 음식을 직접 장봐서 만들기도 했다. 우먼스리그 대표로서도 어깨가 무겁다. 그 밖에도 대구음악협회 이사, 계명대 음대 관현악 동문회장을 맡고 있다.
그렇다면 2010년, 호랑이띠 그녀에게 어떤 의미일까.
"지금이 가장 안정적이고 행복해요. 올해는 시향 단원들의 복지를 가장 우선에 두고 무리하지 않게 이끌어갈 생각입니다. 제가 잘 마무리해야 앞으로도 여성 총무가 나오지 않을까요?물론 연주자로서 욕심도 크죠. 후배들에게 뒤처지지 않도록 공부도 많이 해야 해요. 나이가 들수록 기량은 떨어질지라도 음악의 깊이가 깊어져야죠."
12월 25일 한밤중에 태어난 호랑이띠 여자. 어릴 때는 '기가 세다'는 말도 들었지만 요즘은 단체를 리드해가는 리더로서, 종가의 종부로서 오히려 적합한 기질이다.
"잘 되고, 안 되고는 마음먹기 나름이에요. 매사에 긍정적이고 늘 새로 시작하는 마음이라면 누구라도 모든 일이 잘 풀리는 한 해가 되지 않을까요?"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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