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퍼주기, 度넘는 정부…수정안 윤곽

입력 2010-01-06 10:19:32

땅값 시세 6분의 1, 세제 국비 특혜 골라 모아

정부가 지방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세종시 입주 기업과 대학·병원 등에 대해 '백화점식 특혜'를 안길 것으로 알려지자 각 지역에서는 '지방이 다 죽는다'며 아우성이다.

정부는 5일 정운찬 국무총리 주재로 제7차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를 열고 세종시 입주 기업과 대학·병원 등에 토지·세제 및 재정·규제 면에서 혜택을 제공하는 내용의 '세종시 수정안'을 논의했다. 정 총리는 6일 이 초안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 11일 발표할 계획이다. 하지만 세종시에 입주할 기업·대학 명단이 최종 확정되지 않아 발표가 1, 2일 늦춰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이날 밝힌 '세종시 투자유치를 위한 제도적 지원방안'의 핵심은 세종시 땅이 '공짜'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대기업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원형지 부지를 3.3㎡당 36만~40만원에 공급받게 되는데, 세종시 조성원가가 3.3㎡당 227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시세의 6분의 1 수준이다. 중소기업도 3.3㎡당 50만~100만원의 싼값에 '땅 쇼핑'을 할 수 있다. 또 국공립 대학에는 원형지 공급과 함께 건축비 일부를 국고에서 지원하는 방안도 담겼다.

세제 혜택도 경제자유구역이나 기업도시보다 크다. 대구시 한 관계자는 "경제자유구역, 기업도시, 국가산업단지 등 현행 산업용지를 공급할 때 주는 혜택의 좋은 점만 골라놓았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세종시에 당장은 세수 기반이 없다는 빌미로 특례를 마련, 세종시 출범 전까지 국고에서 지방자치단체 부담 예산까지 100% 지원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어 '이중 특혜' 논란까지 일고 있다.

국무총리실 세종시기획단 관계자는 "세종시 매각 대상 용지의 평균 조성원가가 인근 산업단지에 비해 높아 기업·대학 유치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분양가를 대폭 낮췄다"며 "적정성, 형평성, 공익성의 3원칙이 적용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땅값·세금·국고 등 파격 지원을 안긴 세종시 특혜' 어디에서도 타지역과의 '형평성'은 찾아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박인철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은 "세종시 수정안은 가뜩이나 기업 유치에 애로를 겪고 있는 지방에 겹고통을 주는 꼴"이라며 "형평성을 감안한다면 타지방에도 비슷한 수준 또는 그 이상의 혜택을 줘 기업이 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세종시 특혜로 의약분야 사업에 진출하려는 삼성전자와 웅진그룹 등이 입주할 움직임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이건희 전 삼성그룹회장 사면과 빅딜설도 나돌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사업'을 계기로 삼성 '모셔오기'에 공을 들이고 있는 대구시의 계획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시 관계자는 "수차례 접촉을 통해 삼성과의 관계 개선이 진척됐는데 정부의 등떠밀기식 압박으로 삼성 유치가 쉽지 않게 됐다"고 했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대구 수성갑)은 "수정안이 수도권 과밀화 억제와 국가균형발전이란 세종시 설립 목적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지방 출신 의원들이 여야 없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관련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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