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필독서로 자리 잡은 '탈무드'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지혜가 담겨 있는 스테디셀러다. 필자도 탈무드를 여러 번 숙독했는데 유독 생각나는 구절이 있다. 바로 어머니가 시집가는 딸에게 읽어주는 구절이다. '사랑하는 딸아, 네가 남편을 왕처럼 존경한다면 너는 여왕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남편을 돈이나 벌어오는 머슴처럼 여긴다면 너는 하녀가 될 것이다. 네가 자존심을 내세워 남편을 무시하면 남편은 폭력을 휘두르는 폭군이 될 것이다. 남편의 말에 정성을 다해 공손히 대답하면 남편은 너를 소중히 여길 것이다.'
남자의 입장에서 이 구절을 생각한다면 다소 뜬금없는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절을 구미시정을 책임지고 있는 필자 입장에 적용시키면 더없이 좋은 길잡이가 된다. 이 구절에는 좋은 부부관계를 유지하려면 서로 배려하고 존중해야 하며 이는 곧 올바른 가정을 세우는 길이라는 가르침이 내포돼 있다. 필자는 이 구절과 의미를 '상생'이라는 단어로 압축해 늘 숙지하고 있다. 가정경영을 확대하면 조직경영이 되고 결국 세상경영과도 맞물리기 때문이며 어려운 시기를 다함께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상생'이기 때문이다.
구미시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도시다. 구미국가단지가 들어선 1970년대부터 수출을 통해 국가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IMF 때에는 경제회복의 창끝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력이 심화되고 수도권 규제완화라는 대외적인 여건으로 '제1의 기업도시'라는 타이틀을 지켜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다행히 구미시는 오래 전부터 '구미가 곧 기업이고 기업이 곧 구미'라는 슬로건으로 기업사랑을 꾸준히 실천해오고 있다. 기업사랑본부를 통해 성공의 터전을 완전하게 잡고 싶은 기업의 가장 가려운 곳을 긁어주겠다는 자세를 잊지 않고 있다. 진정으로 기업하기 좋은 도시는 무차별 경쟁보다는 상생이 더 큰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세계 금융위기가 쓰나미처럼 몰려온 지난해 초, 구미시는 기업과 근로자, 시민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We Together운동'을 주창하고 적극 펼쳐왔다. 이 운동은 고용안정을 위해 지역 기업들과 구미범시민협약을 체결하고 단 한 명의 근로자도 해고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는 것이다. 그 대신 시에서는 기업들에게 특별운전자금 1천억 원을 지원하고 이자 5%도 보전해주고 있다. 하지만 특별운전자금을 지원받은 업체가 근로자를 한 명이라도 해고하면 곧바로 지원 자금을 회수하도록 했다. 총 442개 업체가 특별자금을 지원받았고 1만1천552명이 해고 걱정 없이 일했으며 1천여 명의 신규고용도 창출했다. 청와대에 보고돼 전국 지자체 우수사례로 소개된 'We Together운동'은 지자체와 기업, 근로자의 '상생'이 어떤 결실을 얻게 되는지 보여주는 행복한 사례라고 자평한다.
이 밖에도 구미공장에 증설투자한 LG디스플레이가 왕복 6차로 도로로 인해 기존공장과 증설공장이 어려움을 겪자 상생브리지를 설치해주고 하루 100시간 절약과 연간 2억5천만 원의 절감효과를 본 사례, 가장 고심하던 기숙사 부지를 구미시가 확보하자 1966년부터 있었던 안양공장과 본사까지 구미로 이전하기로 결정한 LS전선의 사례는 '기업제일주의 구미시'를 더욱 뿌듯하게 했다.
구미시는 주차장이 부족해 불편을 겪는 국가3공단 입주업체들을 위해 동락공원 옆에 2천 대의 주차공간과 배구장과 족구장, 농구장 등 근로자들의 여가시설로 활용될 수 있는 다목적광장도 2월 중순까지 조성할 계획이다.
좀 더 희망찬 한해가 되기를 기대하며 야심차게 준비한 새해 설계의 첫 발을 내딛는 지금, 다시 한번 탈무드의 구절을 이렇게 바꿔 숙지한다. '구미시가 기업을 왕처럼 존경한다면 기업은 구미시의 최고 파트너가 될 것이다. 구미시가 기업을 무시하면 기업은 구미시의 이미지를 해치는 부메랑이 될 것이다. 기업에 정성을 다하면 기업은 구미시를 소중히 여길 것이다.'
남유진 구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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