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자 읽기]나는 오리 할아버지

입력 2010-01-06 07:57:21

김선굉 지음/만인사 펴냄

#나는 오리 할아버지/김선굉 지음/만인사 펴냄

중견시인 김선굉씨가 시집 '나는 오리 할아버지'를 펴냈다. 시집에서 시인은 시작(詩作)을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가기'라고 말한다. 그 풍경의 세계에서는 어떤 무장도 용납되지 않는다. 한발 한발 시인이 풍경의 세계로 들어갈 때, 풍경 역시 시인의 세계로 들어온다. 이제 시인과 풍경은 한 자리에서 만나 서로 부딪히고 삼투하고, 부둥켜안고 뒹굴고 뒤섞인다. 그리고 새로운 풍경이 만들어진다.

'나는 오리 할아버지'는 풍경을 만난 시인의 노래다. 그런 까닭에 이 시집에 묶인 시들은 자연을 노래하는 것들이 많다. 길고 아름다운 대가천은 한 장의 머플러가 되고,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던 겨울 오리는 시인에게 인사를 건네는 친구가 된다. 그런가 하면 무리지어 날아가는 오리 떼의 화살표 모양 군집은 그대 가슴에 가서 꽂히는 치명적인 사랑이 되기도 한다.

시인은 나무와 풀, 동물과 꽃을 등장시켜 사람살이를 이야기한다. 과문한 독자가 들어본 적도 없는 이름, 이를테면 호견나무, 산당화, 백당나무를 시어로 한 세상 살아온 노인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그래서 나무 이름, 풀 이름, 꽃 이름만 많이 알아도 세상살이의 한 궁리를 알 수 있겠구나, 싶은 깨달음을 준다. 99쪽, 7천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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